사설

[사설] 하느님 앞에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입력일 2020-06-09 수정일 2020-06-09 발행일 2020-06-14 제 319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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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창조주인 하느님 앞에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국가나 지역, 피부색, 정치적 이념, 성적 지향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을 차별한다면 창조주 하느님의 뜻을 정면으로 거역하는 것이다.

지난 5월 25일 전 세계인은 조지 플로이드(46)라는 흑인이 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로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8분46초 동안 목이 눌려 사망하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졌다. 플로이드씨는 “숨을 쉴 수 없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났다. 이것은 결코 정당한 경찰권 행사가 아니며 명백한 인종차별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다.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나섰다. 교황은 6월 3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우리는 어떠한 종류의 인종차별이나 인종 간 배척, 모든 인간 삶의 신성함을 수호하는 일에 눈감거나 모른 체 할 수 없다”고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미국 주교회의 의장 호세 고메즈 대주교는 이에 앞서 5월 31일 “플로이드 살해는 하늘에까지 닿는 죄”라고 규정하는 성명서를 내고 “인종차별로 고통 받는 수많은 미국인의 전국적인 시위는 정당화된 좌절과 분노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플로이드 사건을 뉴스에서나 보는 남의 나라 일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사회에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 의식이나 ‘제도적 폭력’은 엄연히 존재한다. 제도적 폭력이 물리적 폭력보다 약하다고도 말할 수 없다. 한국교회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보호에 모범적이고 선구자적인 역할을 감당해 왔다. 플로이드 사건을 접하며 한국교회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정신을 재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