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청소년 주일 특집] 르포 / 살레시오회 강원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가다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5-26 수정일 2020-05-26 발행일 2020-05-31 제 319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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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청소년, ‘문제아’ 낙인보다 관심과 보호 필요”
상담·직업체험·취업 프로그램 등
학교 밖 청소년 위해 ‘고군분투’
상담원의 지속적인 역할 필수지만
전문 인력·예산 지원 부족한 현실

사회적 시선 곱지 않은데다
각종 혜택·보호의 사각지대 놓여
범죄·폭력 등 위험에 더 많이 노출
교회가 먼저 나서서 보듬어줘야

청소년 주일을 맞아 5월 22일 강원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방문해 상담원의 일과를 함께했다. 검정고시를 하루 앞두고 센터장 라형규 신부(왼쪽 두 번째)와 상담원들이 수험표와 신분증 등 필요한 물품을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회의를 하고 있다.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이다.’ 많은 단체들이 인용하고 있는 슬로건이다. 실제로 청소년들을 위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져 좋은 제도들이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들은 제도 밖으로 내몰려 일찍 어른이 돼야만 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피해자로서, 가해자로서 청소년 성범죄나 폭행 사건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청소년들에게는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청소년 주일(5월 31일)을 맞아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교 밖 청소년’에게 시선을 맞춰 본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시설 중 가장 인지도가 높고 이용을 많이 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통해 실상을 살펴 본다.

강원도청의 위탁을 받아 춘천교구 소속으로 살레시오회가 운영하는 강원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센터장 라형규 신부, 이하 센터)를 5월 22일 찾았다. 그곳에서 일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상담원과 동행하며 학교 밖 청소년의 지원 현실을 들여다 본다.

■ 학교 밖 청소년과 상담원

“수험표랑 신분증 꼭 가지고 들어가고…. 화이팅!”

센터 권지영(올리바·33) 상담원은 검정고시를 하루 앞둔 학교 밖 청소년 김군(18)에게 수험표와 신분증, 볼펜, 마스크, 도시락 등을 챙겨주며 격려와 응원의 말을 건넸다.

검정고시 전날이면 센터에 모두 모여 필요한 물품을 받아가고 서로 응원해 주는 시간을 갖지만,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상담원이 해당 청소년들의 집을 직접 방문해 전달했다.

“여기 적힌 과목은 다 보고 시험 끝날 때까지 꼭 자리 지켜야 돼!”

권 상담원은 기본적인 내용을 재차 설명하며 꼼꼼하게 챙겼다. 물품 전달에 동반한 강민구(프란치스코·32) 상담원은 “청소년인데 이렇게까지 챙겨줘야 될까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의 상당수가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만 돌봄이 소홀해도 쉽게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아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상담원들은 이날 아침부터 검정고시를 앞둔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일일이 전화하며 상황을 체크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연락이 닿지 않아 애를 태우며 수십 통의 전화를 걸기도 했다.

“학교 밖 청소년 상담원이란 직업이 그래요.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업무적·감정적 소진이 크죠. 하지만 아이들이 자그마한 일이라도 책임감 있게 해 내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또 나중에 자리 잡고 연락 오는 경우도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권지영 상담원(오른쪽)이 검정고시를 앞둔 김군에게 수험표와 신분증, 도시락 등을 챙겨주고 있다.

■ 학교 밖 청소년과 상담원의 열악한 상황

최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조사기준일 2018년 3월~2019년 2월)에 따르면 학업중단자는 전체 초·중·고등학생의 0.9%인 5만2539명으로 집계됐다. 경기도가 1만6806명, 서울이 1만1837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강원도는 1398명이다.

강원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담당하는 상담원은 5명이다. 시ㆍ군 센터에서는 1~2명의 상담원이 관할 학교 밖 청소년을 모두 담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소수의 센터 상담원들은 학교 밖 청소년의 개인적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상담지원, 교육지원, 직업체험 및 취업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고군분투 하고 있다.

권 상담원은 “학교 밖 청소년은 학교에서 제공하고 보호하는 것들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지만,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아 많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 이들을 위해 쓸 수 있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담원의 처우 역시 매우 열악하고 이에 따라 학교 밖 청소년들을 높은 수준으로 지원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했다. 강 상담원은 “학교 밖 청소년 상담원은 아이들의 특성에 따라 장기적으로 함께하며 전문화 될 필요성이 있지만, 여러 여건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다 보니 이직률이 높은 편”이라면서 “급여체계나 상담원에 대한 교육들이 개선돼 일반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수준만이라도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검정고시에 필요한 물품들과 함께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담아 준비한 도시락.

■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 지금 함께 살아야 할 구성원!

지난해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이 주최한 청소년사목 심포지엄에서 여성가족부 학교 밖 청소년지원과 이일현 서기관이 발표한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를 그만둔 사유로 ‘학교 다니는 게 의미 없어서’라는 응답이 39.4%로 가장 높았다. 또 학교를 그만 둔 후에도 검정고시 준비, 진로상담, 직업기술 훈련 등 학업과 진로탐색을 지속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나타내는 동시에 학교를 벗어나도 청소년으로서 매듭지어야 할 요소들은 같은 선상에 있음을 알려 준다.

센터장 라형규 신부(살레시오회·한국청소년상담복지센터협의회 회장)는 “학교 밖 청소년을 문제아, 비행청소년 등으로 낙인을 찍고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시선부터 바꿔야 한다”며 “이들도 청소년이고 보호받아야 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라 신부는 “특히 오늘날 드러나는 성범죄와 폭력 등의 청소년 문제 앞에서 학교 밖 청소년은 상대적으로 더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을 지원하는 상담원들의 인력이 매우 부족하고 근무 환경도 열악해 질적으로도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힘들다”면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 상담원들에 대한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회 내에서도 학교 밖 청소년은 사각지대다. 라 신부는 “학교 밖 청소년 관련 센터들은 여성가족부 소속이기 때문에 이들은 본당 내 청소년에도 속하지 못하고 아동복지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완전한 사각지대에 있다”며 “복음의 가치에 따라 지속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교회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상담원과 강 상담원은 라 신부 의견에 동의하며 상담원으로서, 동시에 교회 내 청년으로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 입장에서는 너무 막연한 미래에 던지고 있는 말이 아닌가 싶어요. 예를 들어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는 학생증 대신 ‘청소년증’이 나라에서 공식 신분증으로 나오는데 학생이 받는 혜택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보는 시선도 곱지 않고요. 이렇듯 미래보다 당장 현실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보듬어 주고 따뜻한 시선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교회도 이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