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 이재훈 기자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0-05-26 수정일 2020-05-26 발행일 2020-05-31 제 319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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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매일 점심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온다. 매일 먹는 김밥이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위 수술 후 모든 음식을 먹을 때 속이 불편하다지만 김밥만큼은 괜찮다는 아버지가 느끼실,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소확행’이 김밥을 입에 넣으며 떠오르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게르한스섬의 오후」에서 유래한 일상 속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말하는 용어인 ‘소확행’을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 5월 16개 교구에서 미사를 재개한 한 달여 간 우리는 본당에서 성체를 모실 수 있는 행복, 미사를 드릴 수 있는 행복과 같은 신자로서 가질 수 있는 ‘소확행’을 느끼고 있다.

서울 목동본당의 온라인 신앙 서적 독서모임에 참가한 이들도 혼자 읽기에 부담을 느꼈던 신앙 서적을 통독하며 모임 안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본당 공동체 활동이 중지 된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 신앙을 찾고 소통하며 그 안에서 ‘소확행’을 느끼고 있었다.

서울대교구가 6월 1일 공동체 활동 재개를 알리며 우리는 그 동안 잊고 있었던 공동체 활동도 다시 기지개를 켜게 됐다. 코로나19로 사라졌던 4개월 여 간의 시간에서 우리는 미사재개를 통해 미사에 참례할 수 있음에 느꼈던 행복에 이어, 본당 공동체 활동을 형제자매들과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소확행’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오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질병이 어서 사라지라는 ‘행운’이 담긴 네잎클로버를 찾기 전에 우리 주변에 있는 세잎클로버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로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