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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중독과의 만남 7 / 이중교 신부

이중교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입력일 2020-05-26 수정일 2020-05-26 발행일 2020-05-31 제 319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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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남학생들이 고해성사 때 가장 많이 고백하는 죄를 3가지 꼽는다면, ‘주일미사에 빠졌어요. 엄마에게 심하게 대들었어요. 동생을 때렸어요.’

이런 고백을 들을 때 그들에게 자주 해주는 훈화가 있다.

“친구야, 만약 어떤 힘센 학생이 동생을 막 때리면 기분이 어떨까?”

“싫어요.”

“그렇지? 그런 만큼 앞으로 동생을 괴롭히지 말고 이 세상으로부터 지켜주길 바랄게.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어떤 힘센 아저씨가 우리 친구가 보는 앞에서 엄마에게 욕을 하고 폭행을 저지른다면 기분이 어떨까?”

‘….(이때에는 상상도 하기 싫어서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오늘 미사에 부모님과 함께 나왔니? 지금 이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서 많은 교우분들께서 지금 고해실 밖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그런데 과연 저분들 가운데에서 몇 분이나 친구의 부모님을 위해 기도해줄까? 아마 한 분도 안 계실 수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기도하기에도 바쁘거든. 그렇다면 누가 기도를 해주어야 할까? 오늘 이 짧은 한 시간 미사동안 다른 사람도 아닌 친구의 부모님을 위해 기도해주길 바라.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한 마디 쑥스럽겠지만 한 번 해봐. ‘엄마! 아빠! 내가 오늘 엄마와 아빠를 위해 미사 때 기도드렸어요. 그러니까 힘내세요!’ 그 한 마디가 이 세상 어떤 힘보다도 친구의 엄마 아빠에게 큰 힘을 전해주리라고 신부님은 확신한단다.”

가족. 언제 들어도 포근한 단어다. 이 포근한 단어가 중독을 이겨내는 힘을 전해준다. 알코올중독 병원에 입원한 대부분의 환자들은 가족에 의해서 입원이 된다. 차라리 가족이 없으면 병원에도 입원하지 않을 수 있으니 가족이 없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그 가족들은 숙식을 제공하는 병원비를 부담해야 한다. 얼마나 지긋지긋했으면 병원비를 부담해서라도, 가족의 원망을 들으면서까지 강제로 병원에 입원을 시킬까? 부모와 자녀 사이라면 그나마 이해가 된다.

그런데 아내와 남편이 그런 결심에 이르기까지 어떤 마음이었을까? 병원보다 이혼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을까? 차라리 술로 인해 망쳐놓은 우리 가족을 대신해 술로 인생이 망가져 죽기를 바라지는 않았을까? 그들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의 시간을 보낸 뒤 최후의 보루로써 병원을 선택한 것이다.

그들이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던 시간도, 병원에서 중독을 이겨내고자 결심한 시간도, 병원을 퇴원한 뒤 AA 모임에 참석하는 시간도 모두 가족이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래서 중독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 모두의 문제이다.

이중교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