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대전교구 92세 최고령 사목회장 박상보씨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0-05-19 수정일 2020-05-19 발행일 2020-05-24 제 3196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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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앙은 어린이처럼 교우들과는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

박상보 회장은 모든 사람들과 친구처럼 지내며 신앙공동체가 주님 안에서 한 형제로 지내도록 돕고 싶다고 말한다.

“천주교회의 가장 아름다운 전통 중 하나가 ‘순명’입니다. 사목자의 뜻에 순명하고 교회, 무엇보다도 주님의 뜻에 따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신자의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대전교구, 어쩌면 전국에서 가장 고령의 사목회 총회장일지도 모르는 92세의 대전교구 홍성 광천본당(주임 한광석 신부) 사목회 총회장 박상보(하상 바오로)씨. 가장 어른이면서도 순종과 순명을 귀하게 여기고, 주위의 남녀노소 누구와도 친구처럼 지낸다.

평생을 광천에서 나고 자라고 생활해 온 그는 1995년, 1999년, 그리고 2017년부터 지금까지, 본당 총회장을 3차례 맡았다. 총회장으로 본당 대소사에 봉사한 기간만 10년이 넘는다. 다소 늦은 나이인 58세에 신앙에 입문했지만 이후에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꾸르실리스따로서 신앙과 삶을 하나로 살아 왔다.

따져보면, 얼마든지 거만하고 교만할 수 있었다. 남아선호가 당연하던 시대에 위로 7명의 누님을 둔 독자였고, 일제 강점기에 사범학교를 다닌 엘리트였으며, 20세에 교직에 들어서 32세에 교감, 42세에 최연소로 교장 자격을 얻고 장학사가 됐다. 권위적인 시대에 권위적인 위치에 있었다.

“친구 따라 세례를 받았지만, 천주교 신자가 된 다음에는 처신에 신중해졌습니다. 교리와 성사생활이 보통 어렵습니까? 경망스럽게 행동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자중하고 겸손하게 살기 위해서 노력했지요. 신앙에 대해 아는 바가 적으니 어린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지요.”

겸손이 몸에 뱄지만 봉사에는 적극적이다. 본당 묘지 제초 작업 등 허드렛일이 있을 때에는 몸소 솔선수범해서 허리를 굽힌다. 어르신이 그리 하니 젊은이들이 따라 하기 마련이다.

성당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친구로 삼는다. 격의 없이 농을 하는 그를 모든 사람들이 친구로 여긴다. 고령이니 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과하지는 않지만, 모임 후에는 자주 소주 한 잔으로 주님이 주신 감사와 기쁨을 나눈다.

온화하지만 지켜야 할 일에 대해서는 엄하다. 교육자로서 학생들에 대한 훈육에 엄했고, 특히 신앙에 대해서 그는 냉담을 못마땅하게 여길 만큼 엄격하다.

“사람이 지조를 지켜야지요. 신앙은 평생 지켜야 하는 책임이니 그 의지를 꺾어서는 안 되지요. 자그마한 일들로 쉽게 성당에 발길을 끊는 일은 곰곰 반성해야 합니다. 신앙이 흔들릴수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박상보 회장은 “모든 사람들과 겸손하게 친구처럼 지내며 주님 안에서 우리 신앙 공동체가 한 형제로 지내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