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Pax Christi (그리스도의 평화) / 박민규 기자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5-19 수정일 2020-05-19 발행일 2020-05-24 제 3196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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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정책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산책했다. 오랜만에 자연 안에서 느껴보는 평온함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듯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별일 없이 살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으로, 교회 공동체 일원으로서 평화롭고 정의롭게 살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면 다른 시선이 펼쳐진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에 사회교리를 게재하기 시작한 김민 신부는 “정의는 목소리를 잃은 사람의 목소리를 대신 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주간을 맞아 만난 서울 동성고 교사 김홍주 신부는 “주님이 주시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결코 같지 않다”고 복음을 빌려 설명했다. 평화, 정의, 사랑 등의 개념은 개인적인 평온함을 넘어 관계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곧 고요하고 조용한 것만이 평화나 정의가 아니다. 더 큰 선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다소 시끄럽고 복잡할 수 있다. 목소리를 낼 수 없을 만큼 힘이 없는 이들이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간과한다면 평화와 정의를 가장한 괴물이 될지도 모른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국군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씨는 참혹한 진실을 모두 외면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다인 600만 명 학살을 지휘한 아돌프 아이히만은 검사의 심문에 “나는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반복했다. 이들은 악마일까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인물일까.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개인의 평온함을 넘어, 공동체와 국가의 이익에 앞서 가장 아파하는 이들 곁에 있어주는 것. 그곳에서 진정한 그리스도의 평화가 펼쳐지지 않을까.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요한 14,27)

박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