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살레시오 수녀회 (상)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0-05-19 수정일 2020-05-19 발행일 2020-05-24 제 319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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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소녀들 향한 교육 사명 닻 올려

1864년 요한 보스코와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의 첫 만남을 담은 벽화. 살레시오수녀회 제공

1872년 8월 5일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 인근 모르네세(Mornese)에서는 성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Maria D. Mazzarello, 1837~1881)를 포함한 11명 젊은 여성들의 수도 서원식이 거행됐다. 살레시오 수녀회(도움이신 마리아의 딸 수도회)의 탄생이었다.

당시 공업도시 토리노는 산업화로 도시 집중 현상이 심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 요한 보스코(Giovanni Bosco, 1815~1888)는 1859년 창립한 살레시오회를 통해 산업 현장에 내몰리는 어린 노동자들과 수많은 소년을 위해 폭넓은 사도직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비오 9세 교황 등 각계 인사들은 사도직을 어려운 소녀들 대상으로도 넓힐 것을 권유했고, 성인은 소녀들을 위한 수녀회 창립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이를 위한 동반자를 필요로 하던 그에게 하느님은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를 준비시키시는 섭리를 드러내신다. 성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는 모르네세에서 요한 보스코 성인을 만나기 전에 이미 친구와 함께 마을 소녀들을 위한 양재소를 열어 바느질을 가르치고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도록 교육했다.

그러던 중 1864년 모르네세를 방문한 성인을 만나게 된다. 이때 성녀는 요한 보스코 성인이 지닌 성덕을 직감했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성인이 제시하는 길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대열에 들어섰다.

살레시오 수녀회의 출범은 전 세계 소녀들을 향한 교육 사명의 닻을 올리는 계기였다. “청소년들을 위하여 한 모든 일이 성모님 도움으로 가능했다”고 말한 성인은 새로 탄생한 수도회를 ‘도움이신 마리아의 딸 수도회’로 지었다. 성모님께 드리는 ‘살아있는 감사의 기념비’라는 의미였다.

수녀회 초대 총장을 맡았던 성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는 이로써 공동 창립자로 불리게 된다. 성녀는 청소년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사랑을 여성 고유의 스타일로 충실하게 창의적으로 재해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살레시오 여성 수도자를 키워내는 훌륭한 어머니로 자리매김했다.

수녀회는 창립 2년 후인 1874년 첫 분원을 개설했고 5년 후인 1877년에는 우루과이에 첫 선교사를 파견하는 등 초창기부터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청소년 교육 사명의 행보를 보였다. 급속한 수도회의 발전은 하느님만을 선택하려는 성녀의 노력과 소녀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그의 한 알의 밀알과도 같은 삶은 아메리카로 파견된 수도자들에게 전수됐고, 라우라 비꾸냐 복녀 선포는 그들 활동의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대표한다.

수녀회는 2019년 현재 5대륙, 96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회원 수는 1만1791명에 달한다. 성 요한 보스코와 성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의 마음으로 청소년 전인 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이들은 특별히 현대에 들어오면서 아동과 여성, 난민 미성년자와 이주민 자녀 등 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최전선에서 교육 사명 실천에 헌신하고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