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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여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군비 경쟁, 교회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5-12 수정일 2020-05-12 발행일 2020-05-17 제 319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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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평화에 대해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만도 아니고, 적대 세력들 사이의 균형을 보장하는 데 그치는 것도 아니다”며 “사람들의 선익 보호, 사람들 사이의 자유로운 의사소통, 사람들과 민족의 존엄성 중시, 형제애의 끊임없는 실천 등이 없이는 지상에서 평화가 실현될 수 없다”고 정의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304항)

반대로 무기를 동반한 전쟁을 준비하는 현대의 상황을 지적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과학 무기의 발달로 전쟁의 공포와 잔혹성은 엄청나게 불어났다. 이런 무기를 사용하는 전투 행위는 정당방위의 한계를 훨씬 벗어나는 막대한 무차별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 더구나 이미 강대국들의 무기고에 있는 이 무기들을 전부 사용하게 된다면, 이러한 무기 사용에서 오는 세계의 막대한 파괴와 그에 따르는 가공할 결과는 제쳐 두더라도 적대 진영 쌍방이 거의 완전히 몰살될 것이다.”(「사목헌장」 80항)

프란치스코 교황도 “인류 가족의 사명으로 새겨진 형제애를 파괴하는 일종의 형제 살해”라며 “평화와 국제적 안정은 상호 파괴에 대한 공포나 전멸의 위협에 기반한 그 어떤 시도와도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다.(2020년 ‘세계평화의 날’ 프란치스코 교황 담화)

나아가 교회는 전쟁을 막아줄 것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는 군비 경쟁에 대해서도 평화를 유지하는 안전한 길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군비 경쟁으로 전쟁의 원인들이 제거되기는커녕 오히려 점차 증대될 수밖에 없다. 언제나 신무기의 군비에 엄청난 재화를 소모하고 있는 동안에는 오늘날 전 세계의 수많은 불행에 대한 충분한 해결책이 마련될 수 없다. 국제 분쟁이 진정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번져 가고 있다.”(「사목헌장」 81항)고 비판한다.

따라서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는 ‘균형 있고 절도 있는 전반적인 군비 축소’를 목표로 제시하며 “지나친 무기 비축이나 무분별한 무기 거래는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한 현상은 갖가지 형태의 무기 생산과 거래, 사용 그리고 확산 방지에 관한 국제 규범에 비추어 평가되어야 한다. 무기는 결코 국제 시장이나 국내 시장에서 교류되는 다른 재화들과 똑같이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간추린 사회교리」 508항) 또한 “군축(軍縮)에는 지나치게 심각한 외상을 입히는 무기나 무차별적인 공격 무기들에 대한 금지가 포함돼야 한다”고 군축의 기준도 제시한다.(「간추린 사회교리」 510항)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