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형편없는 사람의 조건 / 성슬기 기자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0-05-04 수정일 2020-05-06 발행일 2020-05-10 제 319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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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함, 무례함, 이기심, 폐쇄성.

트위터 유럽지사 부사장 브루스 데이즐리(Bruce Daisley)가 그의 저서 「조이 오브 워크」(The joy of work)에서 꼽은 형편없는 상사의 공통적 특성 네 가지다. 이는 그대로 형편없는 사람의 조건이기도 하다. 그리고 동시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하는 가르침과는 정반대되는 가치들이다.

형편없는 사람이 되기는 쉽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살아가면 된다. 모든 상황에서 단순히 나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면 편하게 살 수는 있겠지만, 하느님을 믿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교회 내 비장애인들은 그동안 이런 마음으로 살았을 확률이 높다. 서울 한 본당의 장애인 화장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개조하기 전 장애인 화장실 칸은 제일 안쪽에 있었으며, 통로가 너무 좁아 휠체어가 지나갈 수도, 들어갈 수도 없는 구조였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아 몰랐다는 사실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장애인은 물론 이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새롭게 나타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의 대안도 마찬가지다. 사제들과 신자들이 미사 재개를 기다리며 서로를 그리워 할 때, 가난한 이들은 고통 속에 잠겨가고 있었다. 교회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거듭 강조한다. 무관심과 자기중심적 사고를 경계하라고. 도시와 세상의 변두리에 있는 가장 약한 형제자매들이 홀로 외로이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이제는 그저 손잡아 주며 건네는 피상적인 위로가 아니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좀 더 구체적인 고민과 논의가 오고가야 할 때다.

성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