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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특집] 공동체 미사 재개된 교구 풍경

공동취재팀
입력일 2020-04-27 수정일 2020-04-28 발행일 2020-05-03 제 3193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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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갑지만 거리두기… 두 달여 만의 영성체에 울컥
거리 유지해 드문드문 앉아 
성가도 입당·퇴장만 최소화 
발열 체크·인적사항 작성 등 미사 전후 철저한 방역작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지난 두 달여간 중단됐던 미사가 전국 각 교구별로 재개되기 시작했다. 제주교구가 4월 4일 미사를 재개한 데 이어 원주교구는 4월 20일, 서울대교구와 대전·인천·의정부교구는 23일 새롭게 첫 미사를 봉헌하고 신자들과 함께 성체성사의 은총을 나눴다. 춘천·수원교구도 4월 23일부터 본당별로 점진적으로 미사를 재개했다. 새로 봉헌된 첫 미사에서 많은 신자들은 벅찬 마음으로 감사와 기쁨의 눈물을 보였다. 그 현장을 소개한다.

■ 서울대교구 - 주교좌명동대성당, 에파타본당

“그동안 많이 힘드셨지요?”

신자들이 4월 23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마스크를 낀 채 성체를 받아 모시고 있다. 사진 성슬기 기자

4월 26일 정오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두 달여 만에 재개한 첫 주일미사를 주례한 손희송 주교(서울대교구 총대리)가 강론을 시작하며 신자들에게 따뜻한 안부를 건넸다. 손 주교는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며 신자들이 없어서 너무 허전했다”면서 “여러분을 이렇게 마주 보면서 미사를 드리게 되니 기쁘고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미사 재개의 기쁨이 계속되려면 우리 모두 ‘조심 또 조심’하자”고 당부하며 “살다 보면 이런저런 어둠이 깃들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하느님께 ‘저와 함께 머물러 주십시오’하고 기도하자”고 덧붙였다.

이날 주일미사에는 256명이 참례했다. 성당 마당은 그 어느 때보다 한산했다. 신자들은 성당 문화관 1층 ‘만남의 방’에서 발열체크를 하고 신자 확인을 거쳐 발급 받은 번호표를 들고 일정 거리를 둔 채 입장했으며, 스티커가 부착된 자리에 일정 간격으로 떨어져 앉아 미사를 봉헌했다. 또 미사 전후로 철저히 방역작업이 진행됐다.

앞서 미사가 재개된 23일 오전 10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는 부주임 유영주 신부 주례로 미사가 봉헌됐다. 첫 미사의 감격에 미사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한 최귀혜(사라·의정부교구 고양 화정동본당)씨는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미사 중 하느님의 사랑을 더욱 깊게 체험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 에파타본당 신자들이 4월 23일 성당에서 미사 재개 후 첫 수어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사진 이재훈 기자

서울 에파타본당(주임 박민서 신부)도 같은 날 미사 중단 후 첫 수어미사를 봉헌했다. 50여 명의 신자들은 미사 참례 전부터 안내에 따라 일정 간격을 유지했다. 미사에 참례한 조범철(제피리노·50)씨는 “본당 교우들을 성당에서 보게 돼 반가웠다”며 “수어미사를 다시 드릴 날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는데 실제로 미사 봉헌을 하니 기쁘다”고 말했다.

■ 대전교구 - 주교좌대흥동본당

대전 주교좌대흥동본당에서 4월 23일 재개된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기도를 바치고 있다. 사진 박영호 기자

대전 주교좌대흥동본당(주임 박진홍 신부)도 이날 오전 10시 두 달여 만에 미사를 재개했다. 80여 명의 신자들은 줄을 지어 체온을 잰 뒤, 신자석 한 줄마다 3명씩 띄엄띄엄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았다. 주임 박진홍 신부 역시 복사단 없이 흰색 마스크를 쓴 채 입장해 제단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른 뒤 “58일간의 미사 중단, 세상 사람들은 그것이 교우 분들의 얼마나 큰 희생인지 잘 알지 못할 것”이라며 “여러분 모두 고생 많이 하시고 잘 참아주셨다”고 격려했다.

미사 중단 기간 동안 매일 방송미사를 보면서 신령성체 기도를 바쳤다는 김용구(아우구스티노·80)씨는 “성체를 모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며 “다시 미사 참례를 할 수 있게 돼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 인천교구 - 성모순례지(성모당)

“아유, 오랜만이에요.” “마스크를 쓰셔서 몰라봤네요. 잘 지내셨죠?”

4월 23일 인천교구 성모순례지에서 배희준 신부(왼쪽)와 황성진 신부가 마스크를 쓴 채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 김현정 기자

4월 23일 오전 11시 인천교구 성모순례지(성모당, 전담 배희준 신부)에는 반가운 인사가 오갔다.

2월 24일 인천교구 미사 중단 후 두 달 만에 만난 신자들은 체온을 재고 인적사항 기록 후 마스크를 쓰고 참례하는 미사 풍경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이렇게라도 미사를 봉헌할 수 있음을 다 같이 기뻐했다.

인천교구 성모순례지는 야외이기는 하지만 신자들은 앞뒤좌우 간격을 유지한 채 드문드문 앉았으며, 성가는 입당성가와 퇴장성가만 불렀다.

인천교구 성모순례지(성모당) 전례담당 황성진 신부와 전담 배희준 신부가 공동 집전한 이날 미사 강론에서 황 신부는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미사를 드릴 수 있음에 감사드리자”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김미자(사라·58·인천 간석2동본당)씨는 “두 달 동안 영성체를 못해 신앙적인 갈증이 많이 났는데 오늘 영성체를 할 수 있게 해 주신 주님의 자비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 원주교구 - 단구동본당

원주 단구동본당 신자들이 4월 25일 거행된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원주 단구동본당 제공

원주 단구동본당(주임 신동민 신부) 신자들은 4월 20일부터 미사가 재개됨에 따라 구역별로 다른 미사시간에 참례를 했다. 25일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모인 신자들은 발열체크와 손소독, 방명록 작성을 마친 뒤 성전 안으로 들어갔다. 본당은 신자들이 거리를 두고 앉을 수 있도록 자리에 스티커를 붙여 뒀다. 비록 가까이 앉아서 기도할 수는 없었지만, 두 달 만에 재개된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의 표정에는 감사함이 가득했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박선희(로사·원주 단구동본당)씨는 “가족과 함께 모여 오랜만에 성전에서 예수님을 모실 수 있어 너무나 큰 감사와 행복을 느꼈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예전처럼 모두가 주님 안에서 함께하며 기쁨을 나누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의정부교구 - 주교좌의정부본당

4월 23일 미사에 참례한 의정부 주교좌의정부본당 신자들이 밝은 미소로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박민규 기자

의정부 주교좌의정부본당(주임 박규식 신부)은 23일 오전 10시 첫 미사를 봉헌했다.

본당은 미사 전 발열 체크와 인적사항 작성 등을 진행하며 미사 재개를 준비했다. 미사에는 8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해 마음을 모아 기도했다.

박규식 신부는 그리움에 대한 의미를 풀며 강론을 시작했다. 박 신부는 “예수님의 몸을 모시지 못한 지 58일이 지났다”며 “오늘 미사는 그동안 갈망했던 순간을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첫 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이 순간을 위해 희생한 의료진, 방역진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을 기억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잘 마무리 되도록 마음을 다해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미사에 참례한 안춘하(데레사·62)씨는 “너무 기다렸던 순간이라 벅찬 마음에 울컥하기까지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2달여 만에 영성체를 모신 몇몇 신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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