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56) 교회가 다시 문을 열었을 때 / 윌리엄 그림 신부

윌리엄 그림 신부 (메리놀 외방전교회),메리놀 외방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입력일 2020-04-27 수정일 2020-04-28 발행일 2020-05-03 제 3193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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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전례 모임을 중단해 왔다. 가톨릭 신자들이 다시 모여 성찬례를 나누고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는 모든 활동을 재개하게 될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는 미래를 보여주는 유리구슬은 없지만, 몇 달간의 폐쇄 이후 우리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지 추측해 보았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공중보건대 조나단 만 교수는 1995년에 이렇게 예측했다. “우리 시대의 역사는 새로운 질병들의 반복적 출현으로 특징지어질 것이다.”

25년 전에 그는 에이즈라는 새로운 감염병 상황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 이후로 세계는 몇 차례 감염병들을 겪어 왔으며,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은 아마 가장 최근의, 그리고 가장 대규모의(아직 가장 치명적이지는 않으나) 감염병일 것이다.

이 감염병의 전 세계적 유행은 아직 시작일 뿐인가, 아니면 점차 통제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가? 치료제나 예방 백신은 곧 개발될 것인가, 아니면 일 년 이상 걸릴 것인가? 최종 치명률은 얼마가 될 것인가? 바이러스는 진화하여 우리의 의료 개입 능력을 벗어날 것인가? 세계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사태는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나 또는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그 영향이 미칠 것인가? 우리는 이 물음들 가운데 그 어떤 것에도 대답할 수 없다.

만 교수의 예측은 맞았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맞닥뜨리고 대처해야 할 마지막 질병도 아닐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경제 사회 종교적 격변이 어쩌면 지금 세계를 휘감은 신종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감염병들 양상의 일부인지도 모른다. 특히 기후변화는 생태와 사회, 농업과 인구, 정치, 유행병 측면에서 대혼란을 일으킨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것이 어쩌면 ‘뉴 노멀’이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19가 가톨릭 신자들에게 가장 직접 미친 영향은 신자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의 중단이었다. 몇 주간을 내다보고 내려진 조치가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도쿄에서는 재의 수요일 직후부터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하지 못했고, 아마 미사 재개에는 몇 달은 더 걸릴 것이다.

서너 달, 또는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우리가 다시 성당에 모일 때는 어떤 모습일까? 가장 먼저, 자유롭게 모이고 나누고 큰 소리로 성가를 부를 수 있게 된 기쁨이 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피부에 와 닿는 변화들을 슬퍼하고 극복해야 할 것이다. 공동체에는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신자들이 있을 수 있고, 그중에는 열심했던 신자들도 있을 것이다. 살아남은 구성원들도 가족이나 친지, 일자리를 잃었을 수 있다. 적잖은 이들이 위기를 빠져나오며 신앙의 위기를 겪었을 것이다. 몇 달간 헌금 수입이 없었던 본당들은 직원들을 내보내고 프로그램들을 없애야 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동체의 크기가 확 줄어든 것이 될 것이다.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지만, 본당을 이루는 신자들은 대략 두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부류는 공동체 행사에 대한 참여보다는 개인의 신심에 충실하여 그 실천으로서 전례를 비롯한 여러 행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이다. 그들에게 본당의 모임은 자신들의 기도를 위한 자리일 뿐이다. 모든 공동체에는 이런 이들이 일부 있다. 둘째 부류는 스스로를 나그네인 하느님 백성으로 여기면서도 특정 장소의 교회 공동체라는 틀 안에서 신앙과 예배와 봉사의 공동체를 추구하고 찾는 이들이다. 이런 이들의 존재 여부 또는 그 규모는 각 공동체의 조직과 그 지도자들로부터 받는 양성과 격려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가장 많은 마지막 부류는 ‘늘 다녔기 때문에 교회에 가는’ 이들이다. 대체로 그들은 주일 전례와 때때로 있는 특별한 행사들에 참여하는 수준에서 교회 공동체에 참여한다. 이들에게 교회에 가는 일은 그저 하나의 습관이다. 그들의 신앙은 튼튼할 수도 있고 미지근할 수도 있지만, 동료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 그들 신앙의 필수적인 부분은 아니다.

셋째 부류가 아마 가장 많이 교회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교회에 가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고, 미사가 중단된 동안 마련되었던 다른 대안들에도 아마 참여하지 않았을 그들은 예전 주일 아침의 습관으로 굳이 다시 돌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 본당은 어쩌면 코로나 이전 본당의 성적표가 될지 모른다. 돌아오는 신자의 비율이 교회 폐쇄 이전 본당 생활의 성적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회 문을 다시 연 다음 첫 과제는, 공동체가 자신의 성적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이다.

윌리엄 그림 신부 (메리놀 외방전교회),메리놀 외방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