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코로나19 이후 사회 종교 역할 더 절실”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0-04-27 수정일 2020-05-04 발행일 2020-05-03 제 319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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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종단, 코로나19 위기와 종교의 사회적 역할 토론
취약계층 돌보는 종교계 노력 더욱 요청되는 시대 예상

천주교, 불교, 개신교 3대 종교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변화된 현실을 진단하고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종교계가 맡아야 할 역할을 성찰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이주형 신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혜찬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형묵 목사)는 4월 22일 오후 1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2층에서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와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주제로 3대 종교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상임집행위원의 발제에 이어 지몽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 부위원장)과 이주형 신부, 최형묵 목사의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김혜진 위원은 발제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가 위기를 겪고 있지만 노동권 보장이 취약했던 노동자들이 직접적으로 생계를 위협당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예로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 시간제 노동자, 방과 후 강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아예 일거리가 사라진 문화예술 노동자 등을 들었다.

김 위원은 경영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 3월 20일 ‘경제활력 제고와 고용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라는 이름으로 40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과 관련해 “대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라거나 자유로운 해고를 가능하게 해 달라는 것은 코로나19의 대응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천주교를 대표해 토론한 이 신부는 “‘Before Corona, After Corona’(코로나 이전, 코로나 이후)라는 말처럼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 모든 영역의 본질과 기능이 바뀌게 됐다”며 “종교 영역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어떤 종교도 ‘안전’이라는 목적을 침해할 수 없기에 코로나19는 주일의 절대적 의무를 강조해 온 그리스도교의 사목환경을 순식간에 변화시킨 중대한 전환점”이라면서 “즉각적으로 기성 종교인들의 변화된 모습과 역할, 쇄신이 시급히 요청된다”고 밝혔다.

이 신부는 코로나19로 신자들의 결속력은 약해지고 심각한 재정적 타격도 받을 것이지만 보편적 복지, 정부의 적극적 사회제도 운용을 골자로 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종교의 본질과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레오 13세 교황이 1891년 발표한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와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가 2004년 발간한 「간추린 사회교리」에서 천명된 인간존엄, 공동선과 보조성, 연대와 참여, 재화의 보편적 사용 목적,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등의 덕목을 상기시켰다.

최형묵 목사도 같은 취지에서 “당장 사회적, 경제적 위기로 인한 부담과 고통이 약자에게 가중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종교계는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 보장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가치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몽 스님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종교계의 구체적 협력 사업으로서 “코로나19로 미처 이별과 애도의 시간도 없이 떠나고 보내야 했던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기도회를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