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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 - 장재선 시인 「기울지 않는 길」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0-04-21 수정일 2020-04-21 발행일 2020-04-26 제 3192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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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독이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 만들었으면
취재 현장에서 겪은 경험 따뜻한 언어로 풀어내며
갈등과 대립 대신 공존 호소
앞으로도 문학 작품 통해 신앙의 가치 실천할 것

1966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고려대 정외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했다. 1991년 일간지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경제부 등에서 일했으며,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현재 문화일보 선임기자로 재직하고 있다. 국제 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이다. 보도와 저술 활동 공로로 한국언론정보학회 올해의 기획상, 한국가톨릭매스컴상 본상, 임승준 자유언론상, 서정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산문집「영화로 보는 세상」, 시·산문집 「시로 만난 별」, 시평집 「AM7이 만난 사랑의 시」 등이 있다. 2019년 첫 시집 「기울지 않는 길」을 출간했다.

■ 장재선 시인은
장재선(프란치스코) 시인의 시에는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배우 최불암, 소리꾼 장사익, 가수 현숙, 산악인 엄홍길. 시인이기 이전에 기자였던 장재선씨는 유명하기 때문에 이들을 만났지만, 유명한 삶 이면을 채우고 있는 온기가 마음을 흔들었다. 그렇게 그들의 따뜻한 삶은 시인의 시로 다듬어져 세상에 나왔다. 누군가의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말을 듣는 사람 역시 따뜻했기 때문일 터. 장재선 시인이 오랜 시간 차곡차곡 찾아낸 따뜻한 현장들이 시집 「기울지 않는 길」에 담겼다.

1991년 모 일간지에 입사해 기자로 바쁘게 달려온 장씨는 바쁜 와중에도 습작을 멈추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문학 작품을 쓰는데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극심하게 대립하는 우리 사회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기사로 담기엔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남았다. 시집의 제목을 「기울지 않는 길」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전 영역에 걸쳐 갈등과 대립이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갈등을 조장해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죠. 갈등의 현장에 있어야 하는 기자에게 이러한 현실이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습니다. 고민의 끝에서 발견한 답은 다독이면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소하고 작은 작업이지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기울지 않는 길을 향한 갈망을 시로 풀어낸 것입니다.”

공존을 향한 시인의 꿈은 제23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이라는 값진 열매로 돌아왔다. 시집 「기울지 않는 길」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며 ‘공존의 꿈’을 키워가는 자세를 보여줄 뿐 아니라 따뜻한 언어로 고통스러운 세상의 한 귀퉁이를 감싸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가장 거룩한 신앙은 가장 인간적인 것’이라는 가치를 드러낸 그의 시들은 어떤 자세로 삶을 일궈나가야 하는지 성찰케 한다.

또한 만났던 사람, 머물렀던 공간 등 자신의 경험들을 복원한 장재선 시인의 시들은 현실과 맞닿아 있기에 선명하게 다가온다.

장재선 시인은 “모든 계층의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공간을 찾아가야 하는 직업이기에 아무래도 문학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현실공간에 뿌리를 많이 두고 있는 것이 제 시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경험들 가운데 시인의 펜끝에서 시로 완성된 것들은 세상을 향한 따뜻함이 담긴 이야기들이다. 뒤늦게 갖게 된 신앙은 공존을 향한 시인의 꿈을 더욱 견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장 시인은 “제가 공존의 꿈을 문학 작품으로라도 꿈꾸는 것은 사랑과 생명존중의 가치를 추구하는 가톨릭 신앙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신앙의 가치를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끝으로 수상 소감을 묻자 “한국가톨릭문학상을 받게 돼 고맙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는 장재선 시인은 “이 상이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라는 격려의 뜻이라고 생각해 앞으로도 열심히 글을 쓰고 신앙의 길을 좇으면서 나름대로 충실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수상작 「기울지 않는 길」

-세상 곳곳서 포착한 ‘공존의 꿈’ 시로 엮어

시인이기 이전에 일간지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했던 장재선씨는 늘 극한 갈등이 존재하는 곳을 응시해야 했다. 겉으로는 통합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극단적인 갈등을 부추겨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 그렇게 한쪽으로 기울어 버린 길을 바라보며 장씨의 가슴 한켠에는 짙은 안타까움이 남았다. 하지만 갈등과 분열의 틈새에도 화해와 통합을 꿈꾸는 목소리는 존재했다.

가장 거룩한 신앙은 가장 인간적인 것임을 알려준 이해인 수녀, 사람 사이의 수평을 찾고자 했던 법조인 정성진, ‘사람’의 걸음으로 히말라야에 가는 산악인 엄홍길 등 시인은 자신이 만난 인물들, 찾아간 장소, 가족에 대한 기억 안에서 공존의 꿈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꿈들을 61편의 시로 엮었다. 「기울지 않는 길」은 장재선 시인이 세상 곳곳에서 포착한 공존의 꿈들이 담겨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