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532) ‘나에게 말을 걸다’ (상)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20-04-21 수정일 2020-04-21 발행일 2020-04-26 제 3192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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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봐서 그런가, 내가 나를 볼 때에는 그렇게 살이 쪄 보이지 않는데, 오랜만에 나를 만나는 분들은 ‘화들짝’ 놀랍니다. 그리고 측은한 얼굴 표정을 지으며, 위로를 하듯이 ‘그동안 어디, 많이 아팠어?’, ‘혹시 큰 병을 앓은 적 있어?’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봅니다. 전혀 그런 적이 없는데! 아주 가끔, 20년 혹은 30년 전의 내 얼굴을 기억하는 분들은 지금의 내 얼굴 자체를 아예 알아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혼자서 말합니다. ‘으음, 나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데, 변한 것이 조금 있다면 그저, 바지의 허리 사이즈가 늘어난 것 정도인데!’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내 몸이 조금 이상이 있기는 한 건가’, ‘내 몸이 좀 변하기는 했나’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건 운동 뿐 아니라 걷는 것을 싫어하고 크고 작은 산, 아니 야트막한 언덕 정도의 오르막길조차 걸어 올라가는 것을 힘들어 했기 때문입니다. 운동 삼아 조금 많이 걷거나 혹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한두 번만 해도 숨을 헐떡였습니다. 그럴 때면, ‘아, 내가 나이가 좀 들었구나’, 즉 나이 핑계만 댔습니다. 그 모든 것이 어쩌면 내 몸이 나에게 보내는 이상 신호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궁극적으로 내가 내 자신을 소중하게 돌봐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그러던 어느 날! 그 전날에 잠을 잘못 잤는지, 새벽에 일어날 때 온 몸이 욱신거리고, 허리 근육이 삐끗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더니 아무렇지도 않다가, 다시 누워 몸을 이리저리 돌릴 때나 일어나 앉으려고 하면 옆구리에 있는 모든 근육에서 전기가 오는 듯 찌리릿 통증이 왔습니다. 그런데 그 몸을 하루, 이틀, 사흘 동안 방치했더니 점점 더 근육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네 정형외과 병원에 찾아갔습니다. 접수를 하고 대기하다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진료실에 들어가 나이 지긋하신 의사 선생님을 대면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나는 허리인지, 옆구리인지 근육 통증을 상세히 이야기했더니, 의사 선생님께선 엑스레이(X-Ray)를 찍어 보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옆 방 방사선실로 가서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엑스레이 기계 앞에 섰습니다. 그곳이 작은 병원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그날 방사선사 선생님이 휴가를 하셨는지 안 계시는 바람에 진찰해주신 의사 선생님께서 직접 엑스레이를 찍으셨습니다. 선생님께선 이리저리 기계를 맞추시더니,

“환자분, 숨 참으시고 그대로 가만히 계세요.”

나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하라는 대로 했는데, 그분은 촬영실에서 나와서,

“환자분, 한 번만 더 찍을게요. 이번 검사 비용은 엑스레이 한 장 찍은 값만 받을게요. 촬영이 제대로 안 됐어요.”

사실, 그 날 나는 단지 근육통일 뿐이라 생각해서, 그저 약이나 타고 물리치료나 받을 생각을 했는데, 의사 선생님께선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하더니, 한 번 더 찍는다는 말에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께 물었습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리고 엑스레이 촬영, 두 장 찍으셨으면 두 장의 사진 값을 받으셔도 됩니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께서,

“아, 그게 아니고, 환자분이 너무 비만인 듯해서요. 그래서 허리에 있는 근육 사진이 제대로 잘 안 나와서 촬영을 다시 하는 거랍니다.”

순간, 그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배가 많이 나왔다’고 해도 그런가보다 했는데, 비만으로 인해 엑스레이 촬영이 어렵다고 하자, 절망감이… 밀려왔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