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코로나19 이후 남북협력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0-04-21 수정일 2020-04-21 발행일 2020-04-26 제 3192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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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 교수는 정부가 개인의 생체 정보까지 통제하는 ‘빅브라더’ 사회의 출현을 우려하면서 정보 공유의 글로벌화, 의료장비의 생산 협력, 경제분야에서의 세계적인 협력 등을 주문했습니다.

미래학자인 짐 데이터 교수는 한국이 해야 할 ‘3가지 도전’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첫째는 더 이상 선진국을 따라가지 말고 스스로 선도국가가 될 것, 둘째는 21세기 한국에 어울리는 새로운 길을 찾는 데 앞장설 것, 셋째는 기존 동맹에만 의지하지 말고 외교관계를 다양화 할 것 등이었습니다. 한편 아담 포센 교수는 ‘전염병 경제민족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각국이 연대와 협력, 개방성보다는 자국 중심의 폐쇄적 형태로 변화할 것을 우려하고 이의 극복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각국이 개방보다는 폐쇄적 형태로 돌아설 경우 우리로서는 경제 분야만 보더라도 악순환이 예상됩니다. 생산품의 과잉공급과 가격하락, 잉여노동력 발생, 경기침체 등이 우려되지요. 이는 수출주도형 경제체제인 우리로서는 불가피하게 마주해야 할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상황을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혹시 남북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지는 않을까요?

대외환경을 보자면 유엔 및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현재로서는 불변의 상황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는 북미 사이에 ‘정치군사 분야’에서의 협의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남북만이라도 ‘비정치군사 분야’에서 협의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이러한 외부환경 하에서 코로나19라고 하는 또 다른 외생변수가 발생한 것입니다.

우리는 앞서 전문가들이 언급한 내용들에서 지혜를 모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인도적 측면이 반영된 ‘의료장비의 생산협력’과 같은 분야입니다. 그 과정에서 경제협력의 범위를 넓혀 보고 국내 소비를 진작시키는 다른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북쪽도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서인지 4월 12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방역대책과 함께 국가사업 목표의 조정 필요성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닥칠 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미 협상을 염두에 두고 여전히 군사적 활동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킬 수도 있습니다. 북쪽으로서는 당면한 현실이 코로나19 이후의 삶을 고민할 만큼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주문하는 ‘세계적인 협력’은 남북 모두에게도 적용되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북쪽을 고립의 길로 가도록 방치할 것인지 위기극복의 동반자로 만들 것인지는 코로나19 이후를 고민해야 하는 우리가 협력방안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듯합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