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끊임없는 훈련 / 윤가영

윤가영 (체칠리아·제2대리구 오전동본당),
입력일 2020-04-21 수정일 2020-04-21 발행일 2020-04-26 제 319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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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새로운 식구가 생겼습니다. 이름은 ‘폴’이고, 이제 생후 6개월 된 새끼 강아지입니다. 폴이 오고 나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바이러스-19 사태로 길어져 버린 방학 기간을 혼자 집에서 보내야만 했던 초등학생 첫째 아들은 외롭지 않게 방학을 보내고 있고 저는 폴을 산책시키느라 강제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으며, 폴이 저지레 할 것들은 보이는 족족 치우게 되니 집은 훨씬 더 깨끗해졌습니다.

거의 매일 밤 식구들이 모두 잠들고 난 후 늦게 귀가하는 남편을 꼬리 흔들며 맞아주는 폴이 있어 남편도 좋아하는 눈치입니다.

물론 폴한테 긁히거나 물려서 온 팔이 상처투성이가 되기도 했고 집 안 가구며 벽지도 하나둘씩 망가져 갑니다. 폴에게 들어가는 지출 또한 많이 늘고 잠시도 앉아 쉴 수 없는 등, 제시간과 돈과 체력이 많이 축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폴을 데리고 오면서 얻은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번은 폴이 양말을 물고 도망가서 삼키려 하길래 뺏으려다 심하게 물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폴이 다칠까 봐 위험에서 구해내기 위해 한 행동인데 폴은 오히려 자기 것을 뺏는다 생각하고 저를 공격했던 것 같습니다.

저와 하느님과의 관계도 똑같은 것 같습니다. 사실은 하느님께선 저를 살리시기 위해 하느님 뜻과 반하는 제 말과 생각과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하시는 건데, 저는 ‘아니 왜 난 이게 좋은데’, ‘난 이걸 하고 싶고 이걸 갖고 싶은데 왜 못 하게 하시고 막으시나’ 싶어서 오히려 하느님을 거부하고 밀쳐내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게 너무 좋아 보이고 달콤해 보이지만 결국 독이 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계시기에, 저를 막아서시고 구원해 주시는 하느님이셨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을 단지 제 맘에 들지 않고 달콤하지 않다 생각하고 계속 피해 도망 다니다 오히려 하느님 손을 물어버리는 제 모습이 폴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폴이 상처가 크게 날 정도로 물고 온갖 말썽을 부린다고 제가 폴을 포기하고 미워하거나 내치지 않듯, 하느님께서는 분명 당신을 물고 뜯는 철부지 자식인 저를 절대 쳐내지 않으시고 더 크고 깊은 사랑으로 품어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강아지가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몸에 익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물론 잘 따라 주었을 때 간식으로 보상 해주어야 훈련 효과가 큽니다. 하느님께서도 저를 끊임없이 훈련해 주실 것입니다. 제가 하느님 말씀을 잘 따랐을 때 주어질 보상은 물론 우리 폴이 얻는 간식보다 더 크고 맛있고 좋은 것이겠지요?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윤가영 (체칠리아·제2대리구 오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