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제정 50주년 맞은 ‘지구의 날’ 발자취와 의미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0-04-13 수정일 2020-04-14 발행일 2020-04-19 제 3191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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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공동의 집’ 지키려는 노력… 전등 끄기부터 동참을
전 세계 환경보전 다짐하며 UN 관련기구 설립에도 한 몫
경제성장에 밀려 관심 줄다가 1990년대부터 대회 재개
올해는 온라인 진행 예상

4월 22일은 제정 50주년을 맞는 ‘지구의 날’이다. 반세기가 주는 의미만큼이나 올해 지구의 날은 여느 해와 크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생명과 환경 문제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관심과 위기의식을 갖게 됐고, 기후위기 문제 또한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정 50주년을 맞은 ‘지구의 날’의 의미와 그간의 활동 및 성과에 대해 알아본다.

민간 환경운동으로부터 비롯된 ‘지구의 날’은 교회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날은 아니다. 또한 ‘지구의 날’ 외에도 6월 5일 ‘환경의 날’ 등 비슷한 성격을 띤 다른 기념일들이 있다 보니 ‘지구의 날’이 정확히 무슨 날인지에 대해 알고 있는 신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천주교회가 앞장서 ‘지구의 날’ 행사를 주도하던 때가 있었다.

‘지구의 날’은 1970년 미국에서 제정됐다. 첫 대회가 성대하게 치러진 후로 환경문제는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해 지구의 날인 2019년 4월 22일,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가운데)와 위원들이 한강하구 중립수역이 내려다 보이는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교하초소 앞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1990년을 시작으로 매년 환경단체들과 지구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1972년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하나뿐인 지구’라는 제목의 국제연합(UN) 인간환경회의가 열렸다. 113개국 대표가 참석한 회의에서는 환경보전 활동에 유기적으로 협조할 것을 다짐하는 내용을 담은 ‘인간환경선언’을 선포했다. 이듬해인 1973년에는 환경관계 국제기구인 국제연합환경계획기구(UNEP)가 설립됐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지구의 날’은 경제성장에 밀려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환경오염은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라 어쩔 수 없으며 환경문제보다는 고도성장이 더 중요한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20년 동안 이렇다 할 특별한 활동이 없었던 ‘지구의 날’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화려한 부활을 맞게 된다. 1990년 제2회 대회가 전 세계적으로 열리게 된 것이다. 1990년 지구의 날 행사는 ‘Earth Day(어스 데이) 1990’ 미국 본부가 중심이 돼 전 세계 100개 국, 500여 단체가 참여했다.

▲ 환경 문제에 대한 전 인류의 관심을 한데 모은 ‘지구의 날’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의 집’ 지구와 지구마을 이웃들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꼭 필요한 시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현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1990 지구의 날’ 행사를 공해추방운동연합·대한YMCA연맹·대한YWCA연합회·한살림모임 등과 공동주최했다. ‘이 땅을, 이 하늘을,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해’라는 구호 아래 ‘하나뿐인 지구’, ‘하나뿐인 국토’, ‘하나뿐인 생명’ 등 3개의 주제로 다양한 행사가 서울 남산 전역에서 펼쳐졌다.

그 후로는 매년 환경단체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주관하는 지구의 날 기념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부터 ‘지구의 날’ 전후 일주일을 ‘기후위기주간’으로 정해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생활 실천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를 전국 각지에서 진행하고 있다.

가장 쉽게 ‘지구의 날’에 동참하는 방법은 4월 22일 오후 8시부터 10분간 진행되는 소등에 참여하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남산 서울타워, 부산 광안대교, 수원 화성행궁 등 17개 시도별로 지역을 대표하는 130개의 상징물이 소등에 참여했다. 2900여 개 공공기관은 물론 공동주택 85만2000여 세대도 소등에 동참했다. 10분간의 소등으로 절감되는 전력량은 4만1189kWh이고, 20톤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지구의 날’ 행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활동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 누구나 머무르는 공간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소등 참여의 의미가 더 커졌다.

최근 ‘지구의 날’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도하는 단발성 행사와 기념식 위주로 진행된 데다 각 기업들이 이벤트성 경품이나 선물을 제공하고 시즌 상품을 판매하는 등 마케팅을 위해 ‘지구의 날’을 이용하는 모습까지 보여 제정 당시의 의미는 많이 퇴색한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가톨릭교회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맞아 오는 5월 16~24일을 ‘찬미받으소서 주간’으로 선포했다. 매년 9월 1일은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는 등 우리 일상 속에서 생태·환경 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각성을 촉구하도록 돕고 있어 ‘지구의 날’의 지위와 상징성이 예전 같지는 않다.

그러나 환경 문제에 대한 전 인류의 관심을 한데 모은 시발점인 ‘지구의 날’을 맞아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의 집’ 지구와 지구마을 이웃들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물질만능주의와 강박적 소비주의가 판치는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간일 것이다.

오는 4월 22일 저녁에는 전등을 켜는 대신 부활초를 밝히고 기도하는 가운데 특별한 ‘지구의 날’을 맞아보면 어떨까.

■ 지구의 날은…

-매년 4월 22일… 환경오염 심각성 되새기는 날

1970년 4월 22일 미국서 열린 ‘지구의 날’ 행사. 환경부 제공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 미국에서 처음 제정한 지구 환경보호의 날로, 매년 4월 22일이다.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과는 달리 순수 민간운동에서 출발했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게이로드 넬슨 상원의원이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해상 원유 유출사고를 계기로 환경문제에 관한 범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지구의 날’을 주창한 것이 시작이었다.

1969년 1월 28일, 미국의 정유 회사인 유니언 오일사는 캘리포니아주 산타 바바라 인근에서 폭발물을 이용해 원유 시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산타 바바라 남동쪽 8마일 부근에 있던 시추 시설에서 파열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원유 10만 배럴(1589만 리터)이 바다로 유출됐고, 수백 평방 마일에 달하는 바다가 오염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람들이 모여 대규모 자연보호 캠페인을 전개하게 된다.

1970년 4월 22일 당시 하버드대 학생이었던 데니스 헤이즈가 주도해 ‘지구의 날’ 선언문을 발표하고 행사를 열었는데, 당일 2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행사에 참가해 연설을 듣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특히 뉴욕에서는 무려 6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센트럴파크에서 열리는 환경집회에 참여하고 뉴욕 최고 번화가인 5번가의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기도 했다.

지금은 ‘지구의 날’ 공식 홈페이지(www.earthday.org)를 중심으로 전 세계 각국의 ‘지구의 날’ 활동 및 행사를 홍보하고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대유행 탓에 디지털 이벤트를 위주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