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주님 부활을 믿습니다] (중) 새 영세자 배가은씨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0-04-13 수정일 2020-04-14 발행일 2020-04-19 제 319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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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 속에서 만난 주님이 저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건강한 30대 초반이었으나 2019년 1월부터 구토 시작
뚜렷한 원인 없이 통증 이어져 각종 검사로도 원인 못 밝혀
6개월 병원서 지내며 고통 겪어 원목실 수녀 만나 정서적 도움
퇴원 후 교리 배워 성탄에 세례 일상생활 할 만큼 증세 호전
“늘 기도하는 신앙인 되고파”

배가은(젬마·32·제1대리구 주교좌정자동본당)씨는 지난해 주님 성탄 대축일에 세례를 받은 새내기 신자다. 영세 후 처음 맞은 이번 주님 부활 대축일은 혹독한 병의 아픔 속에서 손을 잡아 끌어내시고 새로운 생명으로 채워주신 하느님 의미가 더 깊게 다가온 날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쓰러트린 정체 모를 병과의 씨름 안에서 하느님을 만났던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좌절하지 않고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희망을 주시고 힘을 주시는 분입니다.”

배가은씨는 “삶 안에서 한결같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낼 수 있는 신자로 살며 하느님께 부끄럽지 않은 자녀가 되겠다”고 말한다.

배씨가 몸에 이상을 느낀 것은 지난해 1월경이었다. 댄스 스포츠를 즐길 정도로 건강했던 그에게 갑자기 구토 증세가 나타났다. ‘독감 증상이려니’ 여기고 개인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았는데 계속 토했다. 결국 숨쉬기가 어려울 만큼 악화해 구급차로 실려 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때부터 응급실에 달려가고 입·퇴원을 반복하는 나날이 시작됐다. 알 수 없는 통증이 온몸으로 번져간 것이다. 처음에는 허리가 끊어질 듯하더니 나중에는 온몸을 사포(沙浦)로 문지르는 듯 아팠다. 1부터 10까지 강도를 잰다면, 10의 통증이었다. 문제는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거의 6개월을 병원에서 지내며 검사란 검사는 다 거쳤지만, ‘이상 없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때 심정은 ‘잠들면 그냥 다음날 눈을 뜨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져 갔다. 계속 링거를 꽂은 채 제대로 잘 먹지도 못하는 환경에서 울음만 나왔다. 정신적인 건강이 염려된 주치의는 어느 날 배씨에게 “종교가 있느냐”고 물었다. 당시 신자가 아니었던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상황에서 종교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터. ‘신앙인이 되고 싶다’는 대답에 주치의는 병원 원목실 수녀를 소개해줬다. 병원행정 일을 했던 배씨는 그간 일 관계로 교계 병원 수도자를 접한 경험이 있었다. 늘 친절했던 수녀들 모습이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었기에 더 편한 마음이 들었다.

이후 그는 원목실과 성물방 등 병원 수도자들과 만나며 정서적인 도움을 받고 기도를 알아갔다. 성호경을 배우고 ‘주님의 기도’로 기도하며 차츰 하느님께 다가갔고 영세를 결심했다.

퇴원 후 곧바로 예비자 교리반에 등록한 그는 교리 수강 2~3개월이 지나며 증세가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초반에는 혼자 걷는 것이 어렵고 계속 오한을 느껴 어머니가 동행해야 했다. 이불과 담요도 필수품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참고 혼자 다닐 수 있을 만큼 좋아진 걸 깨달았다. 병원 가는 횟수도 줄었다. 통증의 강도도 현저히 잦아들었다. ‘하느님의 손길과 이끄심’이라는 것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자주 구토가 나고 몸이 안 좋아지는 사태가 생기기도 했지만, 중간에 한 번도 예비자 교리를 ‘포기하거나 그만두어야겠다’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성당 가는 날이 기다려졌습니다.”

지난해 주님 탄생 대축일을 앞두고 12월 8일 영세한 배씨는 당시 소감을 ‘정말 하느님의 자녀가 됐구나’라는 생각에 “행복했다”고 했다. 영세 후 매월 1회 진행되는 새 신자 프로그램에 참여해 교리 수업을 받고 레지오마리애 협조단원, 성가대 활동을 했던 그는 가장 큰 변화를 “모든 일을 하느님과 함께하는 여유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아픈 것도 거의 나았다. 아직도 약을 먹고 통증도 경미하게 느끼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 일도 다시 찾고 있다.

“언제 가더라도 나를 반겨주는 ‘친정’이 생긴 듯한 기분입니다. 이전에는 모든 아픔과 슬픔, 고통을 저 혼자 짊어졌다면 이제는 하느님에게 맡기게 됐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한국교회가 본당 공동체 미사를 대부분 중단하고 있는 요즘, 그는 이 어려운 시기가 누구보다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사회와 교회가 여러 고통을 함께 겪는 이유도 있지만, 영세 4개월 차로 한창 더 신앙생활을 익혀야 할 처지에 본당 미사가 중지돼 너무 안타까운 심정이다.

“매일 방송 미사에 참례하며 하느님을 더 알려고 합니다. 모든 병을 고치시고 오직 좋은 것으로 채우시는 주님 덕분에, 또 많은 곳에서 노력하시고 기도하는 분들 덕분에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리라 여깁니다.”

“늘 숨 쉬듯 기도하며 사는 신앙인이 되려 한다”는 배씨는 “삶 안에서 한결같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낼 수 있는 신자로 살며 하느님께 부끄럽지 않은 자식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