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우리는 평범한 이웃입니다] (상) 장애인의 눈물, ‘우리’의 눈물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0-04-13 수정일 2020-04-14 발행일 2020-04-19 제 3191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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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공동기획
장애인 인식 개선 캠페인
장애인에 대한 편견, 신앙인도 크게 다르지 않아
온전한 주체로 인정받기보다 차별과 편견에 상처받기 일쑤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필요
‘공통된 사목지침’ 마련되길

장애인은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동일한 ‘신앙인’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모범에 따라야 할 우리 교회는 여전히 그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제40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김성훈 신부)와 함께 3회에 걸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교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연재한다.

“이 아이는 판공성사 보게 하지 마세요!”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 이로사(가명)씨는 몇 년 전 사제로부터 이 말을 듣고 큰 상처를 받았다. 20대 후반의 아들이 판공성사를 제대로 보지 못하자, 사제가 문 밖으로 나와 많은 신자들이 보는 가운데 “이 아이 부모가 누구냐”며 “이 아이는 판공성사 시키지 마세요!”라고 소리친 것이다. 이씨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신부님들의 시선이 불편하다”며 “특히 미사에 방해가 되니 참례하지 말라는 말을 들을 때 너무 서운하다”고 밝혔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강요셉(가명)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발달장애인들이 성체를 모실 때 “아멘”을 못하자 그 자리에서 “아멘! 아멘!”을 큰 소리로 외치는 사제의 모습을 보고 가슴 깊이 답답함을 느꼈다는 것. 강씨는 “말을 제대로 못하는 장애인에게 ‘아멘’을 하라고 소리치시는 것을 보고 속상했다”며 “제발 성당에서라도 따듯한 시선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범한 신앙생활을 위해 성당을 찾았다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으로 오히려 상처를 받은 이들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장애인을 위한 ‘공통된 사목지침’이 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부회장 김원호 신부(장애인 사목 담당)는 “본당에서 장애인을 수많은 신자 중 한 명으로 무관심하게 대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상처가 될 수 있다”며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물론 우리 모두가 함께 장애인들과 함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은 총 258만여 명(2018년 기준)으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시에만 39만4000여 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다. 이는 서울시 전체 인구의 4.1%에 해당하는 숫자로, 신자 2000명 당 적어도 80명의 장애인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로 본당에서 장애인 신자를 쉽게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가톨릭교회는 장애인을 ‘권리와 의무를 지는 온전한 인간 주체’로 바라보며 “실질적이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 장애인의 권리를 증진해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148항)고 가르친다. 또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하며, 애정과 관심과 친밀감이 필요하다”(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정신 지체 장애인의 존엄과 권리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을 위한 메시지)고 강조한다.

교회 가르침에 따라 서울대교구는 제40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 기념 담화를 발표하고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본당 공동체 안에서 원활히 신앙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통된 ‘사목 제안’을 각 본당에 전달했다.

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는 ‘장애인들의 신앙생활을 위한, 본당의 사목적 배려’를 제목으로 한 문서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운동을 제안했다. 특히 발달장애를 가진 경우, 감정의 표현 방법이 달라 전례 중에 소리를 내거나 손뼉을 치는 행동 등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짚어 줬다. 이어 “본당 내 교우들이 불편한 시선보다는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며 “장애인들에게 반말을 하지 않고, 시선과 행동에 있어 예의를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또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우리는 모두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똑같은 인간’임과 장애인은 무조건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동정의 대상이 아님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도움은 오히려 동정이 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 보고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적극적으로 도와 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