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성주간 교구 미사에서 수어 통역한 양은희(체칠리아)씨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0-04-13 수정일 2020-04-14 발행일 2020-04-19 제 3191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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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신자들이 수어에 관심 가지길”

성주간 교구 미사에서 수어 통역을 한 양은희씨가 수어로 “I Love You(아이 러브 유·나는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있다.

“수어를 못해도 괜찮아요. 우리 이웃이고 친구, 가족이거든요. 농아 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아주세요.”

교구 농아선교회 봉사자 양은희(체칠리아·47·제2대리구 중앙본당)씨는 이렇게 말했다. 농아들이 겉으론 큰 불편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론 정보가 중요한 시대에 큰 불편을 안고 산다면서 한 말이다.

실제 농아선교회에서 오래 봉사해 온 양씨는 올해 처음 성주간 교구 미사에서 수어 통역이 이뤄진 데 대해 “농아 분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며 “그들의 신앙이 더 커지고 단단해질 수 있도록 교회가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994년 선교회 활동을 시작한 양씨는 대학 시절 처음 수어를 접했다. 우연히 주민 센터에서 수어교실 개강 알림을 봤고, 호기심에 궁금해서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수어를 배우던 양씨는 한 선배의 소개로 선교회에 함께하게 됐다. 그 후 매주 안양지구 농아 신자들과 미사를 봉헌하고, 매월 둘째 주 선교회 회원들과 교구청에서 다 함께 미사를 드렸다. 그렇게 함께한 지 벌써 26년여, 양씨는 어느새 수어 통역 ‘베테랑’이 됐다.

“그냥 재밌었어요. 수어도 영어·불어와 같은 새로운 하나의 언어였고, 무엇보다 농아 분들과 함께하는 게 즐거웠어요. 수어가 서툴 땐 대화도 안 통했지만, 그럼에도 저를 예뻐하고 반겨주셨어요. 주일마다 수어를 하려면 연습도 미리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했지만, 이웃·친구·가족 같은 분들이랑 함께하는 게 좋아서 그마저도 재밌었어요.”

이젠 베테랑이 된 양씨는 이번 성주간 교구 미사에서도 수어 통역을 맡았다. 4월 10일 주님 수난 성금요일, 4월 11일 파스카 성야 미사에서 농아들을 위한 수어 통역에 나선 것이다. 특별히 다른 미사에서는 사제 부분과 그 외 부분 등으로 나눠 통역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통역을 맡아 떨렸다는 양씨는 “우리 교구가 수어 통역 미사로 다른 교구 등에도 본보기가 된 것 같아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특히 양씨는 “이번 통역 미사를 계기로 더 많은 신자들이 수어에 관심 가졌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건청인들이 보기엔 시각 장애인처럼 보는 데에 불편함을 겪지도 않고 지체 장애인처럼 거동에 어려움을 겪지도 않아 농아들에게 별다른 고충이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양씨는 “농아 분들은 통역 없인 미사를 보지 못하고, 고해 성사도 대면해야만 볼 수 있다”며 사제를 포함해 수어할 수 있는 신자들이 많아지고 수어 통역에 용이한 시설이 마련되는 등 “농아를 위한 지원이 많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양씨는 “수어를 배우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수어를 배우며 배우자를 만났고, 선교회 활동으로 은총을 느꼈고, 자녀들도 수어를 배우면서 장애에 대한 편견 없이 자라는 등 많은 은혜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양씨는 “수어를 못하게 될 때까지, 선교회가 사라지지 않는 한 수어를 계속할 계획”이라면서 “주변이나 방송에서 수어 통역을 보면 이상하거나 불편하게 보기보다는 따뜻하게 봐 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특별히 양씨는 “수어가 어려워 선교회 활동을 포기하는 분도 있지만, 수어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며 “함께하는 것만으로 이웃·친구·가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