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코로나19로 힘든 가난한 나라에 ‘빚 탕감’ 제안

입력일 2020-04-07 수정일 2020-04-07 발행일 2020-04-12 제 3190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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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바티칸 CNS】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고통받는 약자와 빈국의 부채를 탕감하는 ‘희년’(jubilee)을 제안했다.

타글레 추기경은 3월 29일 로마 소재 교황청립 필리핀신학원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중계된 미사를 주례했다. 타글레 추기경은 이날 강론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라자로를 죽음에서 일으킨 이야기를 언급하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특히 일용직 사람들이 생계를 잃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가난한 사람에게는 무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유한 이들은 이 무덤에 가서 가난한 사람의 빚을 탕감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글레 추기경은 마찬가지로 가난한 나라들이 동원할 수 있는 적은 자원이나마 코로나19를 퇴치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부유한 나라들이 외채를 탕감해주라고 요구하고 “코로나19 위기가 부채 탕감이라는 희년으로 이어진다면, 부채의 무덤에 갇힌 국가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에서 ‘희년’은 죄의 용서에 중점을 두고 기도와 순례를 하는 특별한 시기다. 희년은 레위기에서 인용된 용어로서 50년마다 가난한 이의 부채를 탕감해주고 노예 상태에서 해방해주어 다시 번영하게 하는 등의 구체적인 행동이 들어있다.

세계 가난한 국가의 외채 탕감을 위해 노력하는 다종교 단체인 미국 희년 네트워크의 에릭 르콩트 상임이사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부유한 국가들은 가난한 국가들이 현재의 보건 및 경제 위기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외채 상환을 유예해주고 외채 청산 절차를 마련하고 모든 국가에 채무 구조를 개혁할 수 있도록 원조 및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의 가난한 국가들은 “지금은 대공황 이래 가장 큰 경제 위기로, 전면적인 탕감이 필요하다”면서 “그래야 보건을 강화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타글레 추기경은 희년을 제안한 것에 대해 “가난한 이가 현재의 위기에서 살아남아 미래를 다시 꿈꿀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타글레 추기경은 “2015~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자비의 특별희년을 연장하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라면서 “교황의 뜻을 따라 개인 및 국가의 부채를 탕감할 수 있지 않겠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