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회 곳곳서 계속되는 ‘코로나19 극복’ 온정의 손길

공동취재팀
입력일 2020-03-24 수정일 2020-03-24 발행일 2020-03-29 제 318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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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어려움 줄이고 나눔 늘리는 교회
성금 모아 지역사회 기부
생필품·위생용품 지원부터 쪽방촌 도시락 배달까지
성직·수도자들도 두 팔 걷어
교계 대학·대학생들도 모금
각계각층 다양한 나눔 줄이어
의료선교 대신 선별진료소로 자원봉사 직접 나선 수도자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혼돈에 빠진 가운데, 교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위기 극복에 나섰다. 이번 주에도 이어진 나눔 현장을 소개한다.

■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앞장서는 성직·수도자들

조성풍 신부가 3월 19일 서울 후암동 쪽방 주민들에게 나눠 줄 도시락을 나르고 있다. 사진 성슬기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성직자, 수도자들은 본당에서 양떼를 돌보지 못하고 있지만, 직접 현장으로 다가갔다.

서울대교구 사목국(국장 조성풍 신부) 사제들은 1평 남짓한 쪽방에 사는 이웃들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조성풍 신부를 비롯한 사목국 사제 7명과 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회장 손병선(아우구스티노) 회장 등은 3월 19일 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위원장 허근 신부)가 운영하는 가톨릭사랑평화의집이 코로나19로 도시락 제작 및 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도시락 배달 봉사에 나섰다. 도시락 제작 지원을 위한 ‘사랑의 성금’ 480만 원도 전달했다.

조 신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음지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기 위해 도시락 배달을 하기로 했다”며 “직접 찾아뵙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인천교구 사제단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성금 2억 원을 모아 인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구지역에 각각 1억 원을 기탁했다. 3월 23일 오후 2시 인천시청 접견실에서 열린 기부금 전달식 행사에서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신부님 한 분이 성무활동비의 반을 모아 코로나19로 어려운 곳을 도우면 좋겠다고 제안해 주셔서 354명의 교구 모든 신부님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에 함께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하며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인천시민 여러분께 작은 힘과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전달 받은 성금을 취약계층의 코로나19 예방 및 시설 방역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예수성심시녀회 대구 총원에서 제작해 남구 보건소로 보내는 도시락들.

수도자들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 지역에 도움을 주고자 발 벗고 나섰다.

예수성심시녀회 대구 총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수녀원 인근 남구보건소와 논의 끝에 지쳐 있는 의료진과 직원들을 위해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3월 4일 200인분의 첫 식사 대접을 시작으로 최근 확진자 감소로 100인분으로 줄여 월, 수, 금요일 주 3회 식사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도시락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손 디에고 수녀는 “감염 예방을 위해 거리 두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쳐 있는 이웃을 한 번 돌아보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선별진료소로 직접 뛰어든 수도자도 있다. 예수성심시녀회 최 아녜스 수녀는 미얀마 의료선교를 준비하던 중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해 망설임 없이 자원봉사를 신청하고 대구시 달성군보건소에서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최 수녀는 “의료선교를 떠나기 전, 필요한 곳이 있으니 그곳에서 일하며 준비하라고 주님께서 소명을 주신 느낌”이라며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나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다”고 말했다.

■ 대구대교구 후원 나눔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국장 박홍도 신부)도 후원 나눔 활동을 이어갔다.

교구 사회복지회는 전국 각 교구·단체·개인 후원자들이 보내 온 후원금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외계층과 대구·경북 지역 내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자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16일 교구 사회복지회는 예방적 코호트 격리 중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를 지원하기 위해 경산시청에 후원금 1000만 원을 전달했다. 3월 18일에는 보훈병원 응급상황실에 의료진들을 위한 면티셔츠와 반바지 각 300벌과 마스크, 손세정제를 전달했다. 3월 19일에는 1대리구 내 취약계층 175세대와 성주군·고령군 지역 독거노인 50세대에 간편식품, 부식류, 과자류 등으로 구성된 식료품키트를 지원했다.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가 3월 18일 보훈병원 의료진들을 위한 의류를 전달하고 있다.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 제공

이외에도 고산노인복지관(관장 박성우)이 3월 16일 대구 수성구 보건소와 선별진료소에 물티슈 400개와 타지에서 파견 근무 중인 의료진, 24시간 근무 중인 보건소 직원들을 위한 치약칫솔세트 200개를 전달했다. 같은 날 3대리구 본당협의회는 각 본당별 재가복지대상자 중 거동불편 55세대에 대해 간편식을 지원하고, 복지사각지대 취약계층 23세대에 생필품을 지원했다. 또한 개인 후원자와 수원교구로부터 후원 받은 손소독제 등 개인위생용품 200여 개를 20개 본당 사회복지위원회에서 돕고 있는 재가복지세대에 전달했다.

5대리구 사회복지회는 3월 17일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로부터 지원 받은 생필품 및 식료품 지원박스를 대리구 내 총 25개 본당 취약계층 167세대에 전달했다. 군위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군내 공공기관에 도시락 100개를 전달했고, 방문교사와 아이돌봄 교사들에게 손세정제 28개를 전달했다. 포항시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김지웅)은 3월 18일 재가장애인과 활동지원사를 대상으로 마스크 300개와 전자 체온계를 지원했다.

■ 가톨릭계 대학, 대학생들도 나눔 동참

가톨릭계 대학들과 대학생들도 나눔 활동에 동참했다.

부산가톨릭대학교(총장 신호철 신부)는 3월 20일 코로나19 사태로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대구·경북지역 거주 재학생 158명에게 자택으로 손소독제와 마스크, 소독용 물티슈, 비타민 등을 보냈다. 신호철 신부는 격려품과 동봉된 서한을 통해 “코로나19의 여파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생, 학부모에게 서신으로밖에 위로를 드리지 못해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라며 “우리 대학의 모든 교직원들은 학생과 가족들이 지금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교정에서 맞이하기를 고대한다”고 격려했다.

서강대학교(총장 박종구 신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내 입점 업체를 돕기 위해 ‘착한 임대료 운동’에 동참했다. 서강대 후생복지위원회(위원장 조형식 신부)는 3월 11일 교내에 입점한 카페, 복사점, 매점 등 9개 사업장의 3월분 임대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조형식 신부는 “온라인수업과 출입통제로 학생들의 발길이 줄어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교내 입점 업체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서울여대 김나운 학생(왼쪽)이 3월 17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5층 (재)바보의나눔 사무국에서 우창원 신부에게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성슬기 기자

서울여자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도 코로나19로 지원이 필요한 대구 지역을 돕기 위해 모금을 진행하고 3월 17일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이사장 손희송 주교)에 1260여만 원을 기부했다. 이번 모금은 서울여대 경영학과 김나운(23) 학생이 대학 커뮤니티에 모금을 제안하면서 시작됐고, 3월 3일부터 10일까지 8일간 총 920여 건이 모금됐다. 기부금은 학생들의 뜻에 따라 전액 대구동산병원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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