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남북평화통일미사 2 / 손유미

손유미 (율리안나ㆍ제1대리구 권선동본당)
입력일 2020-03-24 수정일 2020-03-24 발행일 2020-03-29 제 318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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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보록 필립보 신부님은 1990년 사제 서품을 받자마자 한국으로 파견된 후 30년 동안 다양한 사연을 가진 결손 가정 어린이들과 청소년, 북한 이탈 주민 소년들을 돌보며 아버지 역할을 하시고 한국의 분단된 현실에서 비롯된 절박의 북한 이탈 주민들을 돕고 계시다. 하느님 사랑의 도구로서 이 나라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특별히 오늘은 광야에서 굶주린 4000명을 먹이신 장면에 대해 강론하시며 “‘나눔’에 대하여 ‘하느님의 축복’에 대하여 ‘기적’을 느끼시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기아에 길거리를 떠도는 어린 아이들, 자유를 찾아 탈출을 시도하는 북한 이탈 주민들은 멀리 타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같은 말을 쓰고 살아가는 한민족의 뿌리를 같이한,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그들이 어둡고 메마른 광야에서 허기를 견디며 생존의 위험 속에 있는 것이다.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물어보신다. “일곱 개 있습니다.” 제자들이 대답하였고, 예수님은 감사를 드리신 다음 떼어 나누어 주신 후 4000명을 먹이고도 일곱 바구니가 남는 기적을 베푸셨다. “너희에게 빵이 몇 개 있느냐?” 주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다시금 물어보신다. 가지고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고 내어드리는 겸손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이고 제자이다. 일용할 양식은 물론 성찬의 은총 안에서 주님으로부터 믿음과 사랑과 소망을 거저 받았다.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 가난과 억압에 묶여있는 이들을 위해 빵을 나누는 소박한 배려와 관심이 후원이 되어 통일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신부님께서는 70년이나 골이 팬 이 나라가 통일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민족을 파라오의 지배에서 탈출시키려던 주님의 구원 계획과 같이, 하느님의 은총으로서만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시며 기도가 선행되어야함을 강조하신다. 파티마에서 발현하신 성모님은 세계평화를 위하여 묵주기도를 하라는 메시지를 주셨고 이에 교회가 응답하여 기도한 끝에 냉전이 종식되었다. 이와 같이 우리 민족의 분단의 현실도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교회 안에 성령의 바람이 새롭게 일어나기를 소망해본다. 올해는 우리나라 교회 전체가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밤 9시에 주모경 바치는 것을 실천으로 요청하고 있다. 알람을 맞추고 잠시 교회 안에서 일치하여 한마음 한뜻으로 기도한다면 하느님의 자비하심이 구원과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을 믿는다.

우리는 전쟁의 아픈 기억을 가진 세대가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를 이끄시는 주님께 의탁하여 우리나라가 상처의 흔적을 지우고 평화통일을 이루어 동북아시아에서 그리스도인의 성지로 재창조되는 기적 같은 그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끝>

손유미 (율리안나ㆍ제1대리구 권선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