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사랑의 대화] 72

김재만·교육학 박사·대구교대 교수
입력일 2020-03-19 수정일 2020-03-19 발행일 1977-12-18 제 1085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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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지성은 인간을 위해서만 값 있어
지적 호기심은 철학을 낳게 하는 동력
예컨데 어린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놉니다.

그러나 아이는 오래가지 않아 그 장난감에 대하여 싫증을 내게 됩니다. 또는 주어지는 장난감은 망가뜨리고 맙니다. 무엇이건 그냥 두지를 못하고 파괴하고 부수고 찢고 하는 것입니다. 간혹 부모들은 그런 아이를 보고 짓궂다고 꾸지람 하는 수도 있지만 결코 아이가 짓궂은 것이 아니지요. 아이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그것을 얌전하게 분해하고 조정하면서 논다면 어떤 부모도 꾸지람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는 그 장난감을 모르기 때문에 한 번 분해해볼 것입니다. 원리를 알 수 없어서 그냥 분해만 하고 보니 어른들 눈에는 파괴로 보이고 짓궂게만 보였을지 모르지만 어린 아이에게는 진지한 문제였던 것입니다. 여기에 분명히 무언가 잘못이 있습니다. 장난감이 너무 어려운 것이어서 아이들의 지적 수준에 맞지 않았거나 또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너무 지나치게 기대하고 있었거나 어느 한 쪽일 것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일을 처리하는 데 자기중심적이 되는 수가 있지만 어린이를 보는 경우에도 예외가 아닌 것입니다. 장난감이 어린이의 정도에 맞나 안 맞나에 대해서는 반성해볼 여유도 없이 자기 수준에 맞추어서 꾸지람만 하는 어른들이 허다히 있습니다.

이런 것을 생각하여 프뢰벨(FROEFTS)은 아이들의 장난감으로서 소위 은물(GIFTS)을 고안했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지적 흥미 또는 호기심을 어떻게 성장시켜 줄 것이냐 하는 것은 어린이 교육의 최대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사물의 관계를 아는 것 그것은 장차 세계를 이해하는 기본이 되는 것이며 그 이해는 인간의 이해에로 연결되어 사랑을 결과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지적 호기심은 철학을 낳아 인간으로 하여금 철학을 있게 한 동력이 된 것입니다. 본래 철학은 어려운 것이라고 합니다. 철학은 무엇이냐 하는 물음이야말로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철학이란 말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철학은 지혜(Sophos)를 사랑(philia)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혜를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철학자(philocophos)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지혜는 너무나 많지만 다 장막에 가리워 있어 인간이 그것을 다 알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혜를 사랑한다고 지혜를 다 가진 것은 아니니까 철학자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철학이 무엇이라고 답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최후의 목적을 인간에다 두고 볼 적에 실로 어느만큼 가서 만족될 것인지 애매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능력은 한정이 있다는 사실과 목적으로서 인간은 그 차원이 너무나 다원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다만 여기서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뿐입니다. 인간의 지성은 인간을 위해서만 값있는 것이며 그 지성은 성공과 실패로 판가름 나는 것이 아니고 그 추구 과정의 도덕성에 의하는 것입니다.

김재만·교육학 박사·대구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