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생활 속 영성 이야기] (12) 방울방울 빛나는 꾸르실료의 선물

이성애 (소화데레사·꾸르실료 한국 협의회 부회장),
입력일 2020-03-17 수정일 2020-03-17 발행일 2020-03-22 제 3187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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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도구로 살아가는 기쁨 
꾸르실료 봉사가 거듭될수록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이루심을 절절히 깨닫고 부끄러웠다
내가 주님보다 더 힘이 센 것처럼 기도 보다는 인간의 힘으로 준비하려 했으니…

내 삶에 있어서 꾸르실료 봉사는 평범한 하루하루의 일상에 특별한 선물을 받는 것처럼 축복 가득한 가슴 설레는 선물의 시간이다.

그러기에 꾸르실료 봉사자로 부르심을 받으면 차수가 시작되기 전까지 봉사자 교육을 받고 미사 봉헌과 기도, 기분 좋은 희생으로 봉사자로서의 모습으로 서서히 무장해 가는 나를 느낄 수 있다.

26년째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나는, 내가 없는 시간 동안 어린이집 직원들과 어린이들이 무탈하기를 주님께 의탁하면서 두려움 없이 봉사하러 들어간다.

예전의 나와는 놀라울 정도로 참 많이 변한 모습이다. 내가 없으면 안 되는 듯,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해 놓으려고만 했지 주님께 오롯이 의탁하는 법을 몰랐었다.

그러나 꾸르실료 봉사가 거듭될수록 이 모든 것은 주님께서 이루어 주시고 계심을 절절히 깨닫고는 참 많이 부끄러웠다. 꾸르실료 봉사자라고 하면서 주님이 우선이 아닌 내가 주님보다 힘이 더 센 것처럼 기도 보다는 인간의 힘으로 준비하려 했으니….

지난 2월 20일에는 꾸르실료 426차가 시작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이 조금씩 어수선 해지기 시작하였지만 모든 봉사자들이 경남 양산에 위치한 정하상 바오로 영성관에 기쁘게 한걸음에 달려왔다. 코로나19는 다른 세상 이야기인 양 즐겁고 신나게 참가자를 맞이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잦은 방역과 부분 소독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참가자들이 3박4일의 시간 동안 주님을 알아가고 만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꾸르실료 봉사자들은 주님의 도구로 쓰인다.

삶을 살아가면서 크든 작든 주님의 도구로 순간순간 쓰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다 담을 수 없을 만큼의 넘치는 축복인지를 소름이 돋을 정도로 봉사를 통해 다 체험한다. 그래서 참가자들이 더욱더 위생적이고 안전한 곳에서 지내도록 모든 봉사자들은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면서 봉사자들은 참가자들의 변해가는 모습을 본다. 감동으로, 때론 봉사자 본인들의 감춰진 모습을 보는듯하여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3박4일을 애틋한 마음으로 참가자들과 함께한다.

교육 기간 동안 잠도 모자라고 참가자들의 수족이 되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녀 몸은 피곤하지만 모든 봉사자들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함박웃음을 짓고 고음의 목소리로 어린아이처럼 기분 좋은 감정을 온몸으로 나타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주님 보시기에 얼마나 예쁘실까?’하는 마음에 순간순간이 감동이고 감사한 마음이라 몇 번을 울컥한다.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시간, 성전에서 성체조배를 통해 ‘사랑하고 사랑하는 나의 딸들아!’라는 메시지를 고요 속에서 듣게 된다.

‘예! 주님, 당신의 딸이 여기 왔나이다. 이렇게 불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과 함께 주님의 품 안에서 우리들의 완고함은 눈물로 씻겨 나가고 우리 봉사자들은 다시 태어나기 위해 모든 몸짓으로 하느님께 사랑을 수줍게 고백한다.

꾸르실료 봉사를 하면서 주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고 계시는지를 깨달으며 그 한분 한분이 주님의 자녀라 서로가 귀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3박4일을 함께하면서 서로를 바라보며 영적인 성장을 해나가는 우리 봉사자들은 기도와 함께 주님의 사랑 속에서 다음을 기약하며 설렘 속에서 기다린다.

또 환한 웃음 지으며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통통 뛰며 만날 그 날을….

이성애 (소화데레사·꾸르실료 한국 협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