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생태칼럼] (51·끝) 제발!

박그림(아우구스티노),녹색연합·‘설악산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공동대표
입력일 2020-03-17 수정일 2020-03-17 발행일 2020-03-22 제 3187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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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까지 설악산은 눈으로 하얗게 덮이곤 했다.

겨울답게 춥고 눈이 펄펄 내리는 날들이 이어지고 눈 위에 짐승들의 발자국이 깊게 남곤 했다. 흐트러짐 없이 이어지는 발자국을 따라 골짜기를 건너고 산줄기를 넘어 발자국에 담긴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가파른 비탈을 넘어 어디로 갔을까? 그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눈에 선하게 떠오르는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의 흔적만으로도 숲은 생명의 기운으로 넘쳐났다.

겨울 산의 혹독한 추위를 무릅쓰고 산에 들어 느끼는 생명의 경이로움은 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더불어 사는 삶일까? 존재가치를 가지고 태어난 모든 생명에 대한 배려는 하고 사는 것일까?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와 밀렵에서 비롯되는 인수공통의 전염병은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삶을 파괴하고 있지만 멈출 줄 모른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야생멧돼지에게서 비롯됐다는 판단으로 우리들의 적이 되어 살육을 당하고 공장식 축산으로 전염병은 더욱 빈번하게 삶을 위협하고 살처분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삶은 바뀌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우리들의 일상을 옥죄고 삶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나 될까?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우리들의 삶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모두의 일이면서 모두가 무관심한 일이 되어버린 기후변화는 끝내 모두를 공멸의 길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자연은 우리들의 삶을 결정하는 존재다. 숲에 드는 것만으로 지친 삶에 힘을 북돋워주고 절망에 허덕일 때에 희망을 준다. 우주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선 듯 수백억광년을 넘나들며 삶을 들여다보고 새롭게 나아가게 해준다. 우주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으로 가늠할 수 없고 삶은 흐르는 시간에 얹혀갈 뿐이다.

올해도 봄꽃은 어김없이 피는데 세상일은 모두 뒤로 미루어졌다. 세상에 바뀌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탐욕스러운 삶은 어찌 이렇게 바뀌지 않는지 모르겠다.

힘들고 어려울 때 곧잘 읊조리는 말이 있다. “이것도 곧 지나가리라.” 그런데 이 말이 시간은 그렇게 지나가고 삶도 끝나리라는 말로 들린다. 지금 우리들이 겪고 있는 일들은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끝내는 멸종의 길로 들어서리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까닭은 더불어 사는 세상은 모두가 생태적인 삶으로 바뀔 때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발 삶을 바꾸고 아이들의 앞날을 빼앗지 말기를!

※그동안 기고해 주신 박그림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박그림(아우구스티노),녹색연합·‘설악산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