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이 또한 지나가리라 / 정현희 수녀

정현희 수녀 (‘꿈사리공동체’ 시설장)
입력일 2020-03-10 수정일 2020-03-10 발행일 2020-03-15 제 3186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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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봄은 전쟁의 포탄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의 공포와 불안으로 피폭당하는 듯하다. 코로나19 사태를 대하는 사람들의 시각도, 반응도, 태도도 천차만별이다. 전체 확진자 중 20대 신천지 신도 감염자가 월등히 많다는 통계를 보고 특별히 도움이 필요한 젊은이들을 교육하는 살레시안으로서 가슴이 먹먹하다.

나도 모르게 자본주의 물결 속에서 개인주의와 세속화에 빠져들어 참된 진리의 빛을 잃고 예언자적인 삶을 살아내지 못하는 동안에 우리 젊은이들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신흥, 사이비종교의 희생양이 돼 가고 있었다.

젊은이들의 참된 스승이었던 돈 보스코는 시대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젊은이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나섰다. 1854년, 제노바에서 콜레라가 발생해 3000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7월에는 돈 보스코의 오라토리오(젊은이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공간)가 있던 토리노를 덮쳐 한 달 만에 500명이 사망한다. 돈 보스코의 오라토리오를 집요하게 탄압했던 토리노의 시장은 시민들에게 전염병을 막기 위해 환자를 운반하고 간호할 용기 있는 사람들의 자원을 요청했다.

돈 보스코는 8월 5일 소년들에게 하나의 약속으로 도움을 호소한다. “만일 여러분이 하느님의 은총 안에 있고 아무런 대죄도 범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콜레라에 걸리지 않을 것을 내가 보장합니다.” 그날 밤 14명의 형들이 지원하고, 며칠 뒤 어린 소년들까지 지원해 30명의 첫 그룹이 돈 보스코와 함께 목숨을 걸고, 환자들을 돌본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부족했기에 아이들은 돌아와 돈 보스코의 어머니 맘마 마르가리타에게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알려주면 그녀는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내주어 아무것도 남아나지 않았다.

하루는 한 소년이 어느 환자가 홑이불도 없이 침대에서 몸부림치고 있다고 말하자,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맘마 마르가리타는 성당 제대를 덮고 있던 흰 제대보를 주면서 말했다. “이것을 환자에게 갖다 주렴, 주님께서도 이것에 관해 불평하지는 않으실 게다.”

온 국민이 너무 힘겨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는 이 사순 시기, 진정으로 나 자신부터 회개하고 정화돼 참된 종교인, 신앙인으로 변모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해 본다.

북한의 소식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우리 꿈사리 친구들은 북한의 의료, 보건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 줄을 잘 알기에 북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의 기색이 역력하다. 그래서 더욱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기도문을 깊은 마음샘에서 길어올려 주님께 올려드린다. 그리고 과부의 렙톤 두 닢과 같은 용돈을 대구, 경북지역을 돕기 위한 저금통에 주저함 없이 넣는다.

수난의 길을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함께 걸으면 우리는 만난다. 그 고통의 길에서 따스함과 위로, 사랑의 신비로 하나되는 우리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봄은 오고 말리라! 그리고 우리는 부활하리라!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현희 수녀 (‘꿈사리공동체’ 시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