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연대(連帶)의 나날 / 이주연 기자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0-03-03 수정일 2020-03-03 발행일 2020-03-08 제 3185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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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에 한국교회가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중지하는 신앙 전래 이래 초유의 상황을 맞닥트리고 있다.

3월 1일 정오. 기자가 찾은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은 그야말로 적막했다. 마당을 오가는 신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카메라를 든 언론사 기자들이 더 눈에 띄었다. 평소 같으면 주일 교중미사가 거행될 시간이었다. 900~1000명의 신자가 함께 미사를 봉헌하던 성당에는 10명 정도의 신자들이 듬성듬성 앉아 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성당 입구에서 마주친 한 신자는 ‘주일인데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 평소대로 교중미사 시간에 성당을 찾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미사에 참례할 수 없는 신자들도, 신자 없이 홀로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들도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시간이다.

이런 모습은 한편 새로운 광경을 낳고 있다. 사제들은 미사 중 기억하고 기도하는 신자들을 위해 유튜브 등 SNS를 통해 미사를 중계하고 위로 메시지를 보내고 영상 강복을 전하고 있다.

신자들 사이에서도 서로 일상 속 신앙생활을 공유하며 안부와 위로를 전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 지인의 표현처럼, ‘영적 선물’이 되어 가깝게는 코로나19로 자가격리 중인 친구에서부터 아픈 이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연대의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울 때마다 더 힘들어지는 이들은 가난하고 가진 것 없는 취약계층이다. 이제 이 시기에 체험하는 연민과 연대, 나눔의 마음은 코로나19 이후 성당에서 다시 미사성제에 참여하게 됐을 때 구체적인 신앙의 실천으로 제단에 놓여야 할 것 같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