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60. 노인에게 희망을-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가?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입력일 2020-03-03 수정일 2020-03-03 발행일 2020-03-08 제 3185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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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희망, 사회적 차원의 연대와 공감 필요
 「간추린 사회교리」 165항
존중과 포용 실천으로 가족 돼주고
공동선 실현 위해 함께 노력해야

베드로: 신부님, 제가 요즘 요양원에 봉사를 다녀요. 그런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많으신데, 가족들이 찾아오지 않는 경우도 많대요. 심지어 임종을 그곳에서 혼자서 맞이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이 신부: 그렇군요! 요즘 요양시설에서 쓸쓸히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베드로: 그렇게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도움을 드리고자 해요.

■ 이상을 위한 현실 진단 필요!

고령화시대, 노화에 대한 많은 조언이 있습니다.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방법’, ‘인생은 아흔부터’, ‘100세 시대 무엇이든 해라’, ‘나이 듦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등입니다. 그밖에도 행복한 노년을 위한 자산관리, 자기관리, 건강관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하지만 노년의 현실적 문제들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또한 대중매체에서 보듯 해외여행을 다니는 그런 풍요로운 노년의 삶은 기본적 조건을 갖춘 소수만이 누리는 특혜가 아닌지 우려됩니다. 그런 삶을 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외국처럼 우리 어르신들도 브런치와 카페를 즐기고 여행을 다니시는 그런 이상(理想)이 구현돼야 하지요.

그런데 정작 아파도 병원에 못가고, 생활고와 고독 속에서 괴롭기만 한 어르신들이 훨씬 많습니다. 많은 노인들은 현실적, 실존적, 사회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들이 외면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그리고 훗날 그 모습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대한 성실한 관찰자인 교회와 신앙인은 이상에 매몰된 현실이 아닌 실제의 약자, 고통받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바라봐야 합니다. 정녕 슬픈 사회는 궁핍한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이에 대한 인식이 낮고 우정과 사랑이 사라진 사회입니다.

고령화 문제의 해법은 연령차별주의를 넘어선 돌봄과 포용의 실천이다. 그 구체적 방법은 진정 사랑과 선의(善意)의 가족이 돼 주는 것이다.

■ 공동의 노력, 가족이 돼 주기

노인문제는 개인과 사회적 차원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분명 본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공동체와 사회가 도움으로 함께해야 합니다. 어르신들도 도움이 필요한 분들입니다. 호아킨 피닉스는 “서로 서로를 지원하고, 과거의 실수를 통해 서로를 무시하기보다는 교육을 하고 다시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게 바로 인류애라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고령화 문제의 해법은 연령차별주의를 넘어선 돌봄과 포용의 실천입니다. 그 존중과 포용의 구체적 방법은 가족이 돼 주는 것입니다. 진정 사랑과 선의(善意)의 가족이 돼 주는 것입니다.

이는 가톨릭 사회교리가 추구하는 건강한 사회의 본질이자 공동선의 실현입니다. 공동선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선익(善益)과 온전한 인간발전의 상태입니다.(「간추린 사회교리」 165항)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이 새로운 사태에 대해 우리는 평화와 선(善)을 갖고 마주해야 하며, 사회보장제도만으로 채워질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지향하며 타자에게 인도된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 “2017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 무엇이 나이 듦을 구성할 것인가?”

분명 노년의 희망은 사회적 차원의 연대와 공감, 공동체적 실천을 요합니다. 가족이 돼 주고, 공동선을 위해 실제로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결국 우리들에게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를 묻습니다. 이제 실천의 영역으로 타인이 아닌 내가 들어섭니다. 노화는 우리가 어찌 하기 힘든 하나의 벽이자 도전입니다. 그 벽은 우리가 그 안에 갇혀 도무지 어찌할 수 없기도 하고, 우리를 갈라놓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에 용기 있게 맞서 함께 싸워야 합니다. 싸움의 방법은 겸손과 온유, 감사와 사랑입니다. 만족스러운 노년기는 개방적인 마음으로 노화를 바라보고 접근할 때 주어집니다. 현명한 나이듦이란 과거를 성찰하며 뭔가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해결에 있어 철저한 위생관리와 함께 사랑 담긴 상호 포용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의 나이듦에도 사랑이 담긴 삶에 대한 갈망, 사랑과 평화가 담긴 가치에 대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건강하고 올바른 나이듦이며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길입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 안에서 완성을 얻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다른 인간과 더불어 다른 인간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진리는 그저 인간이 다양한 차원의 사회생활에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요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이 생각에만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실천을 통하여, 기존의 사회생활에서 발견되는 의미와 진리, 곧 선을 끊임없이 추구하기를 요구한다.”(「간추린 사회교리」 165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