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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특집] 특별기고- ‘정신적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신앙인의 자세 / 홍성남 신부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0-03-03 수정일 2020-03-24 발행일 2020-03-08 제 3185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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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혐오보다 위로와 격려로 ‘복음정신’ 실천할 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우리 교회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신자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를 모두 중단하는 초유의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번 호에서는 가톨릭심리영성상담소 소장 홍성남 신부의 기고를 통해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신앙인의 자세에 대해 알아본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19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나라 전체가 불안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회적으로 불안감이 커지면 정신적 바이러스들이 창궐합니다. 코로나는 육체적 질병이기에 약으로 다스릴 수 있고 시한이 있지만, 정신을 감염시키는 정신적 바이러스들, 사이비 종교나 가짜뉴스들이 퍼뜨리는 바이러스들은 약이 없고 그 감염시간대도 거의 무한정이기에 코로나보다 더 조심해야 합니다.

■ 하느님이 주신 벌?

첫 번째 바이러스는 병은 ‘하느님이 주신 벌’이라는 유언비어들입니다. 일부 종교들이 이런 주장을 강력하게 하는데 이런 생각은 복음에 근거한 것이 전혀 아니고 오히려 주님과 적대적이었던 사람들이 가졌던 생각입니다. 주님 당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나병 환자들이 죄를 지어서 병을 얻은 사람들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강제격리를 시켰고 나병 환자들은 자신들이 근처에 있음을 알리면서 다녀야 하는 모욕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하느님께 벌을 받은 사람들이란 생각은 나병 환자들을 심리적으로 절망감에 빠뜨렸습니다. 하느님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상처를 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그들을 찾아 기성 종교인들의 생각이 전적으로 틀렸음을 입증하시고 위로를 주셨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들의 근거는 무엇인가? 도덕적실재주의-자연계에는 물리법칙뿐만 아니라 따라야 할 도덕법칙도 있다는 이론인데, 이 이론 중에 천벌적정의(Immanent Justice)란 것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죄를 지으면 하늘로부터 천벌을 받는다는 유아적 믿음입니다. 중국 우한에서 질병이 발생하였을 때 일부 종교인들이 중국정부가 자기들 종교를 박해해서 하느님께서 중국을 벌하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바로 이런 천벌적 정의, 유아적 믿음에 근거해서 한 말입니다. 이런 천벌적 정의 개념은 객관성을 갖기 보다는 주관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개인의 욕망 콤플렉스 성장과정 지적 수준 등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만들어진 개인적 생각이지 자연계의 법칙은 아니란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가진 문제는 무엇인가? 무의식적인 선민의식입니다. 이들은 병을 걸린 사람들은 하느님께 버림받은 사람들이고 자신들은 선택받은 사람들이라는 선민의식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것은 자신들은 죄를 짓지 않고 순결하게 사는 사람들이라는 병적인 자의식과 연관성이 잇습니다. 교만덩어리 그 자체인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대개 지적수준이 높은 사람들보다 낮은 사람들, 심리적으로 취약한사람들을 대상으로 퍼지는 경향이 강합니다. 소위 카더라 식의 무책임한 가르침인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신자들은 이런 이야기들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 맹목적 신앙은 피해야

두 번째 바이러스는 믿음을 가지고 다 같이 모여서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병을 물리쳐주신다고 하는 맹목적 신앙에 근거한 말들입니다. 물론 믿음은 치유와 관계가 깊습니다. 믿음을 가지고 기도해서 병이 완치된 사례들도 많고요. (프랑스 루르드와 벨기에 반뇌 등등) 가톨릭 성지 곳곳에서 일어난 치유사례들은 믿음이 치유와 깊은 관련성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교회사를 보면 전염병이 퍼졌을 때 맹목적인 믿음으로 모여서 기도하고 같은 물을 마시다가 집단감염이 된 사례들도 유럽사에 깊이 각인이 되어 있습니다. 의학적인 소견을 멀리하고 맹목적 믿음을 따르다가 집단 감염이 되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빼앗긴 사건은 두고두고 무신론자들이 가톨릭교회의 무지함을 빈정거릴 때 안주거리처럼 사용되었습니다.

다행히 우리 교회는 코로나 사태에 대하여 교구장들께서 모임뿐만 아니라 미사도 정지하도록 결단을 내리셔서 현명한 판단을 하였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믿음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실을 망각한 믿음은 맹목적인 신앙으로 변질되어 주위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지금 한 종교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신앙은 이성과 믿음이 동반해야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 근거 없는 혐오 삼가야

세 번째 문제는 사람에 대한 혐오감입니다. 병은 그냥 병일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병은 언제라도 나도 걸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에 걸린 사람을 그 존재자체가 바이러스인양 취급을 하는 것은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병보다도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주는 범죄행위입니다. 십계명에서는 ‘살인하지 말라’고 하는데 육체를 죽이는 것만이 살인이 아니라 정신적인 살인도 범죄행위입니다, 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격리를 하는 것은 공공을 위한 것이지만 격리된 사람들을 혐오하는 것은 개인이 가진 병적인 자의식입니다. 오죽하면 ‘나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라는 피켓을 들은 사람들이 나올까요.

어려울 때 돕는 것이 복음적 정신입니다. 도울 힘이 없을 때에는 마음으로라도 위로해주고 기도해주는 것이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의 자세입니다. 중국우한에서 시작한 바이러스가 우리나라 대구 경북을 감염시키면서 많은 분들이 불안감 소외감에 시달리고 계시는데 이럴 때 일수록 그분들을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코로나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반사적으로 얻는 것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속내가 드러나서 사람다운 사람,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 누구인지 식별할 기회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실체를 드러냅니다. 우선 의인들이 나타납니다. 이들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고 고통분담하려고 임대료를 낮추거나 안 받고 힘닿는 대로 도우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이들은 날개 없는 천사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가장 바람직한 사회이며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서 악인들이 발붙일 자리가 없어져 가는 것을 복음화라고 하는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온 국민이 힘들고 불안해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은폐되고 깊이 숨어서 번식하던 우리사회의 암적 존재들이 만천하에 민낯을 드러내고 실체의 뿌리가 뽑히는 예상치 못한 일들도 생겼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앞으로 우리사회가 더 건강해질 조짐이라 생각됩니다.

이제 사순 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기동안 조용히 인내하고 기도하면 무엇인가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련을 이겨낸 백성들에게는 하느님께서 반드시 좋은 선물을 주신다는 것이 성경의 메시지이기에 희망을 가지고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