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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특집] 전국 교구 미사 중단… 신자들 신앙생활은?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0-03-03 수정일 2020-03-24 발행일 2020-03-08 제 318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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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중지됐다고 신앙까지 중지된 건 아니죠”
가족과 묵주기도 바치거나 TV 미사 함께하며 기도생활
교구·본당별 미사 중계 비롯
유튜브·SNS 통한 강론 등 사순 시기 신앙 돕는 활동 활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위기에 한국천주교회가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전면 중단한 가운데 3월 1일 사순 제1주일 오전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을 찾은 몇몇 신자들이 개인 기도를 봉헌하고 있다. 사진 이주연 기자

재의 수요일(2월 26일)로 사순 시기가 시작됐다. 올해 사순 시기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고군분투 속에서, 미사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교회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차성순(베드로·54·서울 노원본당)씨는 주일인 3월 1일 오전 11시, 가족들과 함께 거실에 모여 앉아 대송을 바치는 것으로 주일미사를 대신했다. 여느 때 같으면 지척에 있는 성당으로 가서 교우들과 잠깐 인사를 나누다가 교중미사를 볼 시간이다. 아쉬움은 남지만 당분간은 가정에서 바치는 기도에 충실해야 한다.

묵주기도 5단을 바치고, 사순 제1주일의 독서와 복음을 읽은 후, 겸사겸사 각자 한 주를 지낸 이야기도 함께 나눴다. 차씨는 “미사가 중지됐다고 신앙도 중지된 건 아니지요”라며 “이런 때일수록 더 충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박다솜(크리스티나·25·서울 중계동본당)양은 같은 날 저녁 9시5분, 가족들과 함께 TV 앞에 모였다. 가톨릭평화방송 TV 미사에 함께하기 위해서다. 종종 묵주기도나 저녁기도를 가족들과 함께 바친 적은 있지만 TV 미사를 함께하는 것은 처음이라 좀 낯설긴 했다.

박양은 “재의 수요일에는 대송을 바치는 것으로 미사를 대신했는데, 비록 TV 중계지만 미사 전체를 따라가며 기도를 바치니 훨씬 더 좋다”며 “미사 중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계속 TV 미사를 함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회 전국 16개 모든 교구에서 미사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와 각 교구에서는 주일 미사 참례 의무를 대체하고 충실한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들을 안내하고 있다. 미사는 중지됐지만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안내하기 위해서 주보도 발행되고 있으며, 사목자들은 유튜브와 SNS를 통해서 강론과 다양한 신앙적인 메시지들을 수시로 신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주교회의 미디어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월 27일 가톨릭평화방송 TV 매일미사 유튜브 조회수는 총 2만2000건,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급진전되기 전인 2월 16일 7700건에 비해 3배가 늘어난 것이다. 2월 26일 재의 수요일에는 무려 5만6000건에 달했다. 미사 중지가 공지되면서부터는 각 교구장 주교들의 미사 중계가 잇따랐고, 본당 사목자들의 미사 중계와 SNS 활동도 부쩍 늘었다.

미사 중지 공지 이후, 본당 사목자들도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신자들의 충실한 신앙생활을 당부했다.

서울 중계동본당 주임 박찬윤 신부는 사순 제1주일을 앞둔 2월 28일, 본당 모든 신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교우 분들이 그렇게도 많이 오셨는데”라고 안타까워하며 “각 가정에서도 열심히 주님을 뵈옵고 각자의 정성을 끊임없이 봉헌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박 신부는 특히 “주님의 고통을 묵상하는 시기에 이러한 시련을 주신 것에 대한 주님의 섭리를 헤아려 주기 바란다”며 “우리 모두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지 말고 우리들 스스로 희생하는 마음으로 이 어려운 시기를 지내도록 하자”고 말했다.

사순 시기는 연중 어느 때보다도 열심하고 충실한 신앙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중요한 전례 시기이기에 많은 신자들이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부분 신자들은 처음 맞는 낯선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교회의 가르침대로, 미사에 참례하지는 못하더라도 가정에서 기도와 절제, 자선과 봉사를 통해 사순 시기를 거룩하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