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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조종사의 병영일기] 꿈! 그런 것 없는데요

이연세(요셉) 예비역 육군 대령·동서울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0-02-25 수정일 2020-02-25 발행일 2020-03-01 제 3184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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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으로 복무하던 시절 병사가 부대에 전입을 오면 꼭 하는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장래 꿈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야무지게 자신의 꿈을 펼치는 병사들이 있는가 하면, 머리를 긁적이며 수줍게 얘기하거나, 우물쭈물 대답 없이 넘어가는 병사도 있습니다. 그런데 열 명 중 서너 명은 뚜렷한 꿈이 없어서 놀랐습니다. 심지어는 “꿈! 그런 것 없는데요. 꿈은 꼭 있어야만 하나요?”라며 오히려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꿈을 가진 병사와 없는 병사의 병영생활은 차이가 많습니다. 장래 희망이나 꿈이 뚜렷한 병사일수록 임무를 주면 열정적으로 수행합니다. 또한 작은 시간이라도 아껴서 책을 읽거나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을 합니다. 꿈이 행동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병사를 보면 흐뭇하고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꿈이 없다는 병사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틈틈이 꼰대 같은 잔소리를 하곤 했습니다. 군생활하는 동안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나는 왜 여기에 와 있는가?’를 고민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리고 꿈 하나는 꼭 찾으라고 당부했습니다. 그 한 가지만 얻어가도 군복무는 성공한 것이라고 말이죠.

지인 중에 꿈도 희망도 없는 아들을 둔 분이 있었습니다. 첫째 아들은 영민하고 활동적이었지만, 둘째 아들은 소극적인 성격에 비쩍 말라 작대기처럼 키만 컸습니다. 이런 둘째 아들이 기능대학을 졸업한 후 현역병으로 입대했습니다.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신병교육을 마치자,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 다른 위생병 주특기를 부여받고 동부전선 최전방 부대에 배치됐습니다. 지인은 물론 그 소식을 접한 저도 염려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지요. 위생병이 자신의 성격과 잘 맞는다며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답니다. “위생병이 저와 딱 맞아요. 전역하면 간호대학에 가서 남자 간호사가 될 거예요”라고 당차게 말했습니다. 군생활을 성실하고 건강하게 마친 것은 당연하지요. 전역을 하자, 다시 대학입시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그리고 간호대학에 당당히 합격을 했고, 졸업 전 간호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지금도 그는 간호사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우연하게 군에서 자신의 꿈을 발견했고 그 꿈을 이루게 된 것이지요.

꿈 없이 인생을 산다는 것은 골대 없는 축구장에서 경기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인생이라는 축구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골대가 없으니 골을 넣을 수는 없습니다. 이지성 작가는 「꿈꾸는 다락방」에서 “노력이나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꿈꾸는 능력이다”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꿈을 가지고, ‘마음속으로 의심하지 않고 자기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믿으면 그대로 될 것’(마르 11,23)입니다.

이연세(요셉) 예비역 육군 대령·동서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