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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도 코로나19 비상] 전 세계교회 다양한 노력들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0-02-25 수정일 2020-03-24 발행일 2020-03-01 제 318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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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싱가포르 미사 중단… 베트남·필리핀 전례 일부 제한
베트남교회 - 하느님의 종 지엡 신부 위한 시복시성 행사 등 대거 취소
필리핀교회 - 성 금요일 십자가 경배에 손대거나 친구 등 금지
미국교회 - 감염자·의료진에 연대 표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중화권 교회와 동남아지역 교회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과 접경하고 있는 홍콩교구는 이미 주일미사를 포함한 모든 미사와 교회 활동을 중단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홍콩교구는 2월 15일부터 28일까지 주일미사 및 재의 수요일 전례를 포함한 모든 교회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홍콩교구장서리 통혼 추기경은 2월 13일 발표한 사목서한에서 “다음 두 주가 코로나19를 진정시키는 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서 “많은 신자들이 실망했겠지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통 추기경은 “지금과 같이 어려운 때에, 가톨릭 신자들은 주님께 대한 신앙을 더욱 굳건하게 하고 우리의 이웃과 모든 사람들을 위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찬가지로 싱가포르대교구도 2월 15일부터 모든 미사를 중단했다. 대신 신자들에게는 방송 미사 등을 참례하거나 이도 여의치 않을 때는 기도와 주일 복음을 읽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2월 5일 필리핀 마닐라의 영원한 도움의 성모 성지에서 신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성체를 받아 모시고 있다. CNS

베트남교회는 미사 중단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신자들에게 국내 성지순례를 삼갈 것을 당부했다. 칸토교구장 찌부티엔 주교는 3월 11~12일 예정된 하느님의 종 쯔엉부지엡 신부 선종 74주기 기념 순례를 취소했다. 베트남교회는 지엡 신부의 시복시성을 위해 묘소 순례를 비롯해 다양한 현양행사를 준비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관련 행사를 대거 취소했다.

티엔 주교는 “베트남 전역의 신자들이 모이는 이번 순례는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취소하게 됐다”면서 “대신 각 본당에서 지엡 신부의 시복시성과 의료진이 하루 빨리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요청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자, 필리핀 주교회의는 2월 20일 신자들에게 오는 성 금요일 전례에서 십자가에 손을 대거나 친구(입맞춤)하지 말도록 당부했다. 필리핀 신자들을 성 금요일 전례에서 십자가에 손을 대거나 친구를 하며 경배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대신 주교단은 신자들에게 십자가 앞에 서서 허리 숙여 인사를 할 것을 권고했다.

또 사제들에게는 재의 수요일 전례에서 재로 신자들의 이마에 십자가를 긋는 대신, 이마에 재를 뿌릴 것을 당부했다.

이에 앞서 필리핀 주교회의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1월 말, 지침을 통해 필리핀 내 모든 본당에서 성체를 손으로 받아 모시고, 주님의 기도 중 손을 잡지 않도록 했다. 또 고해소에 감염을 막기 위한 천을 덧댈 것과 규칙적으로 성수대를 청소할 것을 지시했다. 또 모든 신자들에게 미사 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기도를 드리도록 했다.

하지만 필리핀교회는 미사나 사순 전례를 중단하지는 않았다. 필리핀 주교회의 부의장 파블로 비르길리오 주교는 미사를 계속하는 대신 “주교회의가 내린 지침을 제대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스리랑카교회는 지난 2월 15일 코치치카데의 성 안토니오 성지에서 콜롬보대교구장 말콤 란지스 추기경 주례로 코로나19로부터 ‘중국 형제자매의 보호’를 간구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란지스 추기경은 “전 세계의 모든 국제사회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전 세계의 안전을 위해 노력한다면, 이번 사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스리랑카에는 중국 후베이성에서 온 한 중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치료받고 있다.

한편 미국교회에서는 주교회의 국제정의평화위원회와 가톨릭구제회, 미국가톨릭보건협회 명의로 2월 18일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3개 단체는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감염자를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에게 연대를 표시하고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면서 “우리는 치유를 위해 기도하고 국내외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미국 주교회의는 정부를 통해 의료물품 17톤을 중국에 보냈다. 또 미국 주교회의는 미 의회에 국내 보건 안전망을 보호하고 바이러스로 고통을 받고 있는 지역에 긴급 지원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