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미카엘)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희화화해 적나라하게 드러낸 영화다. 이 씁쓸한 양극화의 민낯에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는 가난한 이와 부유한 이, 이들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생충’이 던지는 이 시대의 아픔에 교회는 어떻게 응답하고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으로 ‘기생충’을 돌아본다.
■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
영화는 빛도 들지 않고 눅눅한 반지하방과 유명 건축가가 지었다는 유난히 볕이 많이 드는 넓은 고급 저택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두 가정은 똑같은 4인 가구지만, 주거하는 곳의 차이는 현격하다. 영화 중 근세(박명훈분)는 “땅 밑에 사는 사람들이 한 둘인가? 반지하까지 치면 더 많지”라는 말로 빛 한줄기 들지 않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현실을 꼬집는다.
영화는 허구다. 그러나 ‘반지하’라는 현실은 우리나라 주거권의 현주소다. 물론 영화는 지상과 지하를 대비하면서 연출하지만, 반지하 자체가 빈부격차의 상징은 아니다. 실제로 국내 반지하 거주자는 점차 줄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인구의 1.90%인 36만3896가구(통계청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가 지하에 살고 있다는 사실 또한 현실이다.
교회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로서 주거권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해왔다. 교황은 특별히 개인의 권리에서 나아가 ‘가정’의 주거권에 주목했다. 교황은 권고 「사랑의 기쁨」을 통해 “가정은 가정 공동체 생활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물리적 환경 안에서, 가족 수에 맞추어 품위 있게 사는 데에 적합한 주택을 공급받을 권리를 지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가정과 주택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44항)
또한 사는 곳의 문제는 가난을 둘러싼 생태적인 관점도 상기시킨다. 영화 중에는 어린 다송(정현준분)의 ‘미국 직구 인디언 텐트’는 폭우 속에서도 비 한 방울 새지 않았지만, 같은 폭우에 기택의 집과 그 마을은 홍수로 잠기고 만다. 폭우 후 모든 것을 잃은 수재민들이 체육관에서 쪽잠을 자고 식판에 밥을 배급받던 날, 연교(조여정분)는 “비가 와서 미세먼지도 없다”며 가든파티를 연다.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소외된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다는 사실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환경과 사회의 훼손은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 모두에 귀를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49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