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루르드 성모님! / 손유미

손유미 (율리안나ㆍ제1대리구 권선동본당),
입력일 2020-02-18 수정일 2020-02-18 발행일 2020-02-23 제 318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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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창으로 루르드 성모님 사진이 전해졌다. 2월 11일은 루르드의 성모님이 발현한 첫날에서 비롯된 날로 병자들과 의료진들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날이다.

내게 루르드 성모님은 특별하다. 혼인성사를 위해 개종하였기에 가톨릭에 익숙해지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성모 마리아’는 신앙의 걸림돌로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26년 전 영국에 머무르던 시기였다. 영국의 아름다운 풍경과는 달리 마음에 근심이 많았었다. 악화되는 친정의 어려운 상황을 호소하는 동생들 편지에 장녀로서 대책 없는 책임감, 시댁에서 외며느리로서의 힘겨운 적응은 소심증에 우울감을 더했다. 그러다가 성모님 발현지인 루르드 성지에 가게 됐다. 많은 순례자를 따라 기도했고 초를 봉헌하고 기적의 증거들을 보았다. 내게도 기적 같은 일들이 생기길 바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며칠을 지내고 돌아왔다.

다음날은 주일이었다. 성당을 찾아 미사를 봉헌했다. 하느님이 필요한데 너무 오랫동안 찾지 않아 하느님을 부르기가 어려웠다. 슬픈 마음으로 성체를 모시고 온 직후 갑자기 걷잡을 수 없는 오열이 터져 나왔다. 옆에 있던 영국 부인이 “왜 그러느냐?”고 물었고 “하느님께서 나를 잊으신 것 같다. 기도해야 하는데 기도를 할 수가 없다”고 더듬더듬 답했다.

그녀는 “하느님은 결코 너를 잊지 않는다. 네 기도가 부족하다면 내가 같이해주겠다”고 했다. 미사 후까지 오열은 계속되었고 그녀는 옆에 있던 성모상 앞에 촛불을 켜주고는 잠시 남편한테 기다리라고 말하고 오겠다며 나갔다. 성모상 앞에서 울고 있는데 누군가가 오른편에서 어깨를 감싸며 “Don’t worry! Everything will be OK!”하였다. 신기하게 단번에 오열이 멈췄다.

눈물을 닦고 ‘고맙다’고 말하려는 순간 빈 성당엔 아무도 없었다. 어깨가 내 머리 위에 있는 정도의 키가 크고, 푸른빛이 감도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별 안 되는 낮고 부드러운 음성이었다. 잠시 후 그녀가 돌아왔고 함께 기도해주고 헤어졌다. 그날 남편은 묵주를 건넸고 그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묵주기도를 드리게 됐다. 미사참례도 변화되기 시작했다.

나중에 루르드는 죄인의 회개와 치유의 은혜가 많은 곳임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 견진성사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되어갔다. 세례 후 30년이 되던 해에 신학원 2년 과정을 마쳤다. 나약한 나의 믿음이 교회의 믿음 안에서 보호받고 성장하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성모님의 역할과 성사의 은총을 확신할 수 있는 믿음이 생겼다. 하느님 백성인 교회를 예수님께로 가까이 이끄시는 어머니, 신앙의 모범이신 어머니께 감사하며 성모님과 함께 드리는 묵주기도로 세상이 치유되기를 기도한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손유미 (율리안나ㆍ제1대리구 권선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