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관 나는 바보입니다
시대의 ‘거룩한 바보’였던 김수환 추기경.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를 기억하며 그가 남긴 자화상 ‘바보야’를 떠올린다. 김 추기경이 2007년 동성고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전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자화상 제목에 대해 묻자 그는 “제가 잘났으면 뭘 그렇게 크게 잘났겠어요. 다 같은 인간인데…. 안다고 나대는 것이 바보지”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1관에서는 평생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가장 소외된 이들을 서슴없이 찾아 나선 인간으로서의 김 추기경 모습을 보여 준다. 전시에서는 생전 그의 이러한 모습을 영상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2001년 10월 26일 서울 구치소 미사를 주례하며 사형수들을 면담한 김 추기경은 그들에게 하느님 사랑에 대해 설명한다.
“하느님은 사랑 자체이실 뿐 아니라, 오히려 자기 죄를 깨닫고 뉘우치는 사람, 용서를 청하는 사람을 더 귀엽게 봐 줘요. 이런 사람을 당신의 아들로, 당신의 딸로 받아 주시고 돌봐주시고 은총을 베풀어 주시는 그런 하느님이십니다.”
■ 2관 세상엔 옹기 같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옹기’는 좋은 것 나쁜 것 심지어 오물까지도 담는 존재다. 김 추기경은 무엇이든 기꺼이 품고 담으며 스스로 옹기 같은 사람이 되고자 했다. 전시에서는 화려하고 보기 좋은 것만 담으려고 하는 우리 사회에 옹기 같은 김 추기경이 가장 필요했음을 보여 준다.
그는 1922년 5월 대구 남산동에서 가난한 옹기장수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성품이 곧고 독실했던 어머니의 바람대로 1951년 9월 15일 대구 주교좌계산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으며 사제가 됐다. 2관에서는 사제품을 받고 어머니 고(故) 서중하(마르티나) 여사와 함께 성당 앞에서 찍은 사진, 1993년 김 추기경이 경북 군위 옛집을 방문했을 당시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또 사 제가 되려는 이들에게 기도를 강조하는 모습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영상 속 그는 1998년 6월 25일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만난 사제서품 예정자들에게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제로 출발하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