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말 편지] 평화를 주시리라 / 전상순

전상순(마리아 미카엘라) 시인
입력일 2020-02-11 수정일 2020-02-11 발행일 2020-02-16 제 318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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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피던 다음날 눈이 와/ 예상치 못한 일에/ 계절은 놀라고,/ ‘지난해도 그랬지’ 하며 생각한 사람은/ 새로운 풍경을 받아들이며 넘기네// 이렇듯, 색다르거나 맞지 않는/ 새로운 일과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쉬운 것만은 아니어서/ 긴장감과 불편함을 참아야 한다// 인생은 낯선 사람과의 만남처럼/ 크든 작든 뜻밖에 사건의 연속이다// 그러기에 ‘변화’를 염두에 두면/ 많은 일에 적응이 좀 더 쉽고/ 마음이 한결 진정될지도…// 꽃피던 다음날 일이 벌어져/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스러울지라도,/ ‘평화의 하느님께서 평화를 주시리라’ 굳게 믿으며/ 인고의 시간을 잘 이겨내며/ 나아가기를! (전상순 ‘평화를 주시리라’)

찬미 예수님! 저는 시골에서 마음 좋으신 부모님 밑에서 공주처럼 사랑을 듬뿍 받으며 편안히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순조롭게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중에 작은 아이가 어릴 때 큰 사고를 당하게 되어 의식불명까지 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주변인들이 말을 아무리 걸어도 반응이 전혀 없었는데, 제가 ‘마음속으로’ 아이를 진정시키며 엄마 얘기가 들리면 손가락을 움직여 보라고 했는데, 정말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신기해서 또 시켰더니 또 반응을 했습니다. 계속 시키면 아이가 힘들까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손가락을 움직여 보라고 했는데, 역시나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영이 통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또 중환자실에 있으면서 머리가 엄청나게 큰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다음날 일찍 수술을 하기로 했는데, 지인 소개로 밤에 신부님과 수녀님들께서 신속히 오셔서 병자성사를 주시며 축복의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그런 후 다음 날 아침에 아이 머리를 보았더니,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머리가 원래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어 제 마음은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로 흘러넘쳤습니다.

죽든지 식물인간이 될 거라던 아이는 보름 뒤에 깨어나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배우고 익혀야만 했습니다. 지금도 아픔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살아가면 되지’하며 제 마음에, 아이 마음에 위안을 주십니다. 새 삶과 평화와 축복을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모든 은인께 감사합니다.

# 지금, 늦은 시각에라도/ 집에 들어왔으면 잘했습니다// 일어나기 싫은 이른 아침/ 음식을 차리고, 등교했다면/ 잘했습니다// 일이 귀찮아도 출근하고/ 가족을 위해 노력했다면 잘했습니다// 일요일엔 온종일 뒹굴거리고 싶어도/ 일어나,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렸다면/ 잘했습니다// 내 몸은 하나라서/한 군데밖에 있질 못합니다// 사람은/ 내게 주어진 일을 다 하고/ 내 몸이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평화로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다 지켜내기란/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전상순 ‘내 몸이 있는 곳’)

올해 작은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하느님의 은혜로 천사 같으신 여러 선생님과의 만남은 또 하나의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3년 개근이라는, 무엇보다도 값진 선물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하루하루 성실히 다녀준 아이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우며 성령의 도우심에 놀라며, 이 또한 기적 같은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은 너무도 많은 은인들을 보내주시어 한 생명에게 사랑과 도움과 힘을 쏟아 부어 주셨습니다. 저는 날마다 하느님께 감사를, 은인들을 위한 축복기도를 바칩니다. 그리고 엄마로서 마땅히 아이 곁에서 늘 힘이 되어주고자 희망을 품고 요한복음서 19장 30절을 마음에 새깁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상순(마리아 미카엘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