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예루살렘 주교단 성명 발표 "팔레스타인 권리 존중을”

입력일 2020-02-04 수정일 2020-02-04 발행일 2020-02-09 제 3181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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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동 계획 일방적… 큰 전쟁 우려”

1월 29일 유다인이 점령하고 있는 예루살렘 서안의 베이타르 일리트 정착촌에 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CNS

【예루살렘 CNS】 예루살렘의 가톨릭교회 주교들이 미국이 밝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번영 계획’은 “미국의 일방적인 방안이며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로마와 일치를 밝힌 라틴교회, 멜키트교회, 마로니트교회, 시리아교회, 아르메니아교회, 칼데아교회를 대표하는 ‘가톨릭 성지 감독기구’(Catholic Ordinaries of the Holy Land)는 1월 29일 성명을 내고 “이 계획은 해법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긴장, 아마도 더 큰 폭력 및 유혈 사태를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감독기구는 “미국의 계획은 이스라엘의 오랜 주장을 일방적으로 편들고 팔레스타인의 동등한 권리를 존중하지도 않고 팔레스타인의 합의도 포함되지 않는 일방적인 계획”이라고 지적하고, “이 계획에는 팔레스타인의 권리 및 존엄한 삶에 대한 정당한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평화 번영 계획’을 발표하고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독립시키는 ‘두 국가 해법’을 제시했다. 이 해법에서는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새 팔레스타인 국경이 설정되지만, 구도심을 포함한 예루살렘의 나머지 지역은 이스라엘의 영유권으로 남아 이스라엘은 기존 정착촌을 포함한 서안지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된다. 제안된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이스라엘 정착촌의 확대는 4년 동안 중단되지만, 서안지구에서의 정착촌 확장은 동결되지 않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요르단계곡과 사마리아의 유다인 정착촌을 포함해 제안된 이스라엘 영토에 해당하는 지역에 즉시 이스라엘 법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이 계획을 거부했다.

감독기구는 전부터 팔레스타인에 대한 존중과 평등을 요구해왔다. 이번 성명에서 감독기구의 주교들은 “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약들이 존중되고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여러 종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성지의 현상 유지를 전제로 한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왔다. 또한,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국경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이스라엘 국가의 합법성을 인정했다.

미국이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입장을 바꾼 뒤 교황청은 지난해 10월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유엔 결의안을 준수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입장을 또다시 바꾸고 이스라엘 정착촌이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19년 재선 캠페인에서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주권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