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DTC(소비자 직접 의뢰)유전자검사 확대, 각종 윤리 문제 초래한다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0-02-04 수정일 2020-02-04 발행일 2020-02-09 제 318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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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에 대한 검사 시행될 경우 낙태로까지 이어질 우려 커
기관마다 해석 결과도 달라 민간업체 전문성·신뢰도 지적

정부가 DTC(Direct To Consumer, 소비자 직접 의뢰)유전자검사를 확대 시행하기로 함에 따라, 유전자검사에 따르는 윤리·생명윤리적 문제들이 우려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월 20일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검사기관이 직접 실시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을 행정 예고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발령 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8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DTC유전자검사와 태아의 유전병 진단 검사의 항목을 늘리도록 권고한 것에 따른 것이다.

DTC유전자검사는 소비자가 의료기관이 아닌 민간업체에서 혈액·타액 등을 통해 직접 유전자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는 만큼 그동안 이 검사는 질병을 제외한 12개 항목, 46개 유전자에만 허용돼왔다.

그러나 DTC유전자검사의 확대는 여러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0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DTC 시범사업 결과 토론회’ 중 서을주 교수(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화)는 DTC유전자검사 기관의 검사 질 관리가 전체적으로 미흡할 뿐 아니라 기관마다 결과해석이 상이하다고 발표, DTC유전자검사의 현주소를 지적했다.

서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검사기관들이 유전자 해석에 사용하는 마커가 한국인에게 의미 없는 것이 많았고, DTC유전자검사를 실시하는 12개 기관 중 5곳은 검사 정확도가 미흡했다. 뿐만 아니라 암맹평가 결과 검사기관마다 최종해석의 일치도가 매우 낮았다. 일부 검사기관들은 유전자 자체를 정확하게 판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기관들이 같은 유전자를 두고도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반면 DTC유전자검사를 이용한 이들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 교수는 “DTC유전자검사 결과해석이 불완전하고 불확실함에도 이용자들은 지나치게 신뢰하고 있다”며 “이용자들에게 정신적·신체적 위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DTC유전자검사의 검사결과와 해석이 정확하다 하더라도 실제로 해당 유전자가 발현될지의 여부는 여전히 알 수 없어, 유전자검사의 확대는 이용자들의 불안감만 키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DTC유전자검사는 병을 진단하는 진단검사가 아닌 예측검사다. 예를 들면 혈압 위험도가 높은 유전자의 유무보다 식습관이나 생활환경 등이 혈압 관련 질환 발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유전자정보는 중대한 개인 정보임에도 유전자검사 후 개인의 유전자정보가 연구용으로 판매·이용되거나 유출될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특히 교회는 유전자검사가 빠르게 확대되는 것이 태아에 대한 유전자검사 확대로도 이어짐을 경계하고 있다. 배아, 즉 초기의 태아를 상대로 예측검사를 한다는 것은 검사 결과에 따라 착상하지 않는 낙태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훈령 「생명의 선물」을 통해 “태아 진단을 인공유산과 관련지어 실시한다거나 태아가 기형이나 유전성 질환인 경우에 이를 제거하기로 마음먹은 어머니들에게 진단을 유도한다면 곧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