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고맙다’는 그 말 / 김우정 신부

김우정 신부(제1대리구 병점본당 주임)
입력일 2020-02-04 수정일 2020-02-04 발행일 2020-02-09 제 318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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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관계를 지켜보다가 보면, 사과라는 것을 할 줄 모르는 듯한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된다. 다만 이들이 하는 최대한의 표현은 마치 양심 없는 정치인이 ‘유감이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것은 사과할 줄 모르는 사람은 감사하는 법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냥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상황이 이런데 내가 어찌 이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책임도 피하고 변명도 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들을 노린다.

그리고 감사할 줄 모르니 짜증과 화가 늘 얼굴에 앉아 있다. 이런 사람하고 같이 밥 먹으면 메뉴에 상관없이 소화가 안 된다.

나 자신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안 되는 것, 답답한 것, 짜증나는 것들에만 매여 늘 화가 나 있었던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는 그것을 탓하지 않고 내 안에 예수님이 계심을 가르쳐 주었다. 예수님 눈에는 예수님만 보이는 법이다. 하느님은 질책하실 때조차 그렇게 뭉클하게 가르쳐 주시곤 한다.

그런 경험에 의거해서 자주 고마운 것들과 감사할 것들을 찾아보게 된다. 찾아보면 참으로 감사한 것들이 많다. 아침에 눈 뜨는 것도 감사하고, 어디를 삐끗하지 않고 일어설 수 있는 사실도 감사하며, 제대로 보고 듣고 걷고 먹고 마시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사실은 감사할 일들이 아닐까. 심지어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태풍이 불어도 성당에 오셔서 봉사하시고 기도하시고 전례와 성사에 참여하는 분들이 계신다. 이게 감사할 일들이 아니면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그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래서 감사도 고마움도 잊는다. 교회의 많은 봉사자가 하는 말 가운데 가장 아프게 와 닿는 말은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먹는다’는 말이다.

어떤 일이 하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이들의 봉헌과 자기희생이 필요한데, 말 한마디 던지면 그것이 가능해지는 줄 알거나 거기에 숨겨진 수많은 것들을 모르고 당연시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 함부로 말하고 재단하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과할 줄 모르는 이들, 책임지지 않는 이들이다.

그래서 자주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되고,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울까. ‘그럴 것이 있어야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듣는다. 그것은 고마운 것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찾지 않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멀리 계시지 않다.

김우정 신부(제1대리구 병점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