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가톨릭 명작 독서모임 / 손유미

손유미 (율리안나ㆍ제1대리구 권선동본당),
입력일 2020-02-04 수정일 2020-02-04 발행일 2020-02-09 제 318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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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설레었다. 지난해 9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8회로 종강한 ‘가톨릭 명작 독서 모임’이 있는 날이다. 그 기간 동안 「토마스 머튼의 시간」, 「묵주알」, 「칠층산」,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 「천국의 열쇠」를 지도 수녀님과 함께 읽고 묵상했다. 오늘은 보너스 만남인 셈이다. 영하의 바람이 부는 날씨지만 교구청 바로 옆 카페에는 겨울 햇살이 물동전 화초 이파리에서 초록빛을 동동 올리고 있었다. 한 달 넘어 만나니 더욱더 반가웠다. 이날 모임에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반 정도 읽기로 약속했었다. 문체가 어렵고 내용도 깊어서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었지만 각자 마음을 움직인 한 문장, 한 단락을 소개하며 공감대를 넓혀갔다.

“이와 같이 당신을 등지고, 당신께 돌아감 없이는 얻지 못할 맑고 깨끗함을 당신 밖에서 찾을 때 영혼은 외도를 하게 되는 것이옵니다”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처럼 그가 회심하기까지는 ‘영혼의 외도’ 시간이 있었다. 그는 강한 열정과 지성과 의지의 소유자였다. 반면에 섬세한 감정을 지닌 사람이었다. 자신의 오류적 선택으로 말미암은 이단 종교에의 심취와 육체의 강렬한 충동적 경험은 악의 근원을 알고자 하는 영혼의 갈증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영혼의 외도가 하느님과 진리를 만나기까지의 진실한 죄의 고백이 되고 임을 찾는 찬미의 서사시가 되었다.

1500여 년 전의 성인의 「고백록」이 현재 신앙의 여정을 살아가는 우리의 고백이 되며 영적 대화로 깊어졌다. 미약하지만 주님 안에서 살고자 노력하는 이들에게 허락된 지성의 힘 안에서 만나는 시간이었다.

지도 수녀님께서는 “하느님의 현존 안에 사는 사람만이 영원을 사는 것이고 하느님 없이 사는 것은 인간의 시간을 사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숫자로 표시된 달력들, 유한성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인간의 시간이다. 소유하고 욕망하며, 죽음을 향해 가는 시간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시간이란 영원한 사랑과 생명의 시간이다. 하느님과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초월적 만남이고 진리를 공유하는 시간이다. 하느님의 시간 안에서 아우구스티누스 성인과의 만남 시간이 잠깐처럼 지나갔다.

“당신이 오시기엔 너무나 좁은 내 영혼의 집이오니 넓혀 주소서. 무너져 가오니 고쳐 주소서. 당신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있는 줄 아나이다. 숨기지 않나이다.”

갑자기 이 한 구절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예수님과 손잡고 살아가지 않으면 인간의 시간조차 살아내지 못하는 나의 고백의 순간이었고 ‘임마누엘’ 주님 현존의 시간이었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손유미 (율리안나ㆍ제1대리구 권선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