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수원교구 주보 1면 성화 그리는 심순화 화백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0-02-04 수정일 2020-02-04 발행일 2020-02-09 제 3181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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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기도하며 작업… 신자들이 복음 가깝게 느끼길”

교구청에 소장된 ‘평화의 모후’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심순화 화백. 심 화백은 “그림으로 사람들 심성 안에 하느님을 심어주는 작가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지난 2020년 1월 1일 자부터 교구 주보 1면에는 한국적 색채가 물씬 묻어나는 성화가 연재되고 있다. 시골 고향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외양간 구유에 뉜 아기 예수님, 상투 차림의 요한 세례자와 어망을 든 제자 등 복음의 장면들이 우리나라 고유의 땅과 산천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2월 2일 자 주님 봉헌 축일 주보에는 ‘봉헌’ 제목으로 두루마기에 갓을 쓴 성 요셉과 쪽진 머리 한복 차림의 성모 마리아가 예수님을 안고 있는 작품이 게재됐다.

작가는 오랫동안 한국적 심성이 담긴 성화를 그려온 심순화 화백(가타리나)이다. 그는 ‘우리네 엄마’ 같은 동그란 얼굴의 성모 마리아와 색동옷 입은 천사 등 고유의 민속적인 이미지를 성화에 구현해왔다.

교구청에 소장된 교구 주보 ‘평화의 모후’ 작가이기도 한 심 화백은 “저의 그림으로 교구 신자들이 더욱더 복음의 장면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런 책임감으로 매 주일 복음을 마주하고 기도와 묵상 속에서 작업에 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교구 홍보국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후 12월부터 실질적인 작업에 돌입해 매주 작품을 이어간다는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말씀 하나하나에 계속 머물며 당시 장면을 바라보게 되는 경험이 매우 새롭다”고 했다.

한 주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성경을 계속 펼쳐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요즈음은 성경을 늘 옆에 두고 있다. 읽고 또 읽다 보면 그냥 지나쳤던 구절들이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에, 작업하던 내용을 접고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경우도 생긴다.

“개인적으로도 말씀을 더욱더 가까이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연재 결정에 감사하고 만족합니다. 성화를 그릴 때마다 예수님을 드러내는 도구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같은 지향의 기도를 드립니다.”

성화가 게재된 지 한 달여 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주보를 모으는 신자들이 나올 만큼 호응이 크다. 그는 “너무 뿌듯하고 책임감을 느낀다”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소감을 들려줬다.

심 화백의 작품은 교구청뿐만 아니라 바티칸, 프랑스 루르드 성지, 서울대교구청, 수원가톨릭대학교를 비롯한 국내외 30여 곳에 걸려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에게도 봉정됐다.

1999년부터 수원가톨릭미술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심 화백은 수원교구를 ‘영적인 고향’이라고 했다. 1993년 제2대리구 와동본당에서 영세한 이후 성화 작가로서의 소양을 교구에서 쌓았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그가 그린 성탄 카드를 눈여겨본 한 사제의 권유로 시작된 성화 작가의 길. 이제는 ‘평생 전념해야 할 작업’이 됐다.

“‘성화’라는 장르를 처음 시작할 때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을 때처럼 설레었다”는 심 화백은 “이제 성화는 가족들 안에 둘러싸여 있을 때처럼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프라 안젤리코의 성화가 무심한 공간을 천국의 느낌으로 변모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그림으로 사람들 심성 안에 하느님을 심어주는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