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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8) 제7장 청년사목 (상)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1-28 수정일 2020-01-28 발행일 2020-02-02 제 3180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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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랑받는 존재’ 깨닫도록 가정과 교회 힘 모아야
교리지식 중심의 청소년사목에서 전인격적인 성장을 목적으로 변화
복음화 주체로 성장하도록 양육
사회 전체 맥락에서 위기 조명하며 세대 구분없는 통합사목 도입해야
제도 벗어나 관계 중심 사목 필요

지난해 1월에 열린 수원교구 어농성지 복사학교에서 초등부 복사단 어린이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수원교구 홍보국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이하 권고)는 제7장에서 ‘청년사목’을 주제로 젊은이들과 동반하는 교회의 역할을 강조한다.

청소년·청년들에 대한 사목은 시대를 막론하고 늘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특히 오늘날은 사회, 문화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세대 간 단절이라는 큰 혼란을 겪으며, 교회 안팎에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에 이번호에서는 권고의 큰 틀 안에서 젊은이들에 대한 보편교회와 한국교회의 사목적 관심을 살피고 동반하는 교회의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이어 청년사목(하)에서는 실제로 젊은이들과 동반하고 있는 교회의 구체적인 모습을 들여다 본다.

■ 청소년사목

권고에서 ‘청년사목’이라고 번역되는 ‘Youth’라는 단어는 UN에 따르면 ‘아동기의 의존성에서 벗어나 성인기의 독립성으로 전환해 나가는 시기’라고 정의된다. 이 개념은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에 속하기 때문에 청소년사목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이란 용어는 20세기 근대화 과정에서 세대 개념이 세분화되는 가운데 성인과 구분되는 연령대를 지칭하기 위해 등장했다. 한때 중고등학생만을 의미하는 것처럼 여겼지만 오늘날은 미성년 시기 대부분의 연령대를 포함한다. 즉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아동기 후반 연령부터 온전한 성인으로 독립하기 이전의 청년기까지를 포괄한다. 오늘날에는 심리적, 경제적 독립이 늦춰지고 있어 30대까지도 넓은 의미에서 청소년기로 포함시킨다. 따라서 청소년사목은 성인기로 진입하기 이전의, 넓게는 30대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사목적 노력을 의미한다.

부산교구 김해 율하본당 주일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019년 5월 25일 가족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보편교회의 청소년사목

주교회의는 한국청소년사목지침서 제1부 「복음화 사명과 청소년사목」에서 청소년사목에 대해 “청소년이 청소년과 세상 복음화의 주역이 되도록 교육적으로 동반하는 사도직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공동체 전체가 젊은이들의 복음화에 동참해야 하며, 젊은이들이 사목 활동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권고 202항의 내용과 맥을 같이하면서 보편교회의 청소년사목 흐름과도 연관된다.

보편교회 역사 안에서 오늘날 청소년사목에 해당하는 개념은 6세기부터 실시된 교리교육에서 시작했다고 본다. 즉 교리지식 중심의 청소년사목이다. 19세기에 이르러 성 요한보스코(1815~1888)는 젊은 세대를 단지 교리지식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사랑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전인격적인 성장을 사목의 목적으로 삼았다. 20세기 초 벨기에의 조셉 카르딘 추기경(1882~1967)은 당시 노동자의 많은 수를 차지하던 청소년들이 그리스도교 신앙을 자기 삶 안에서 직접 실천하는 사도가 돼야 한다면서 ‘가톨릭노동청년회’(JOC)를 창설했다. 이로써 청소년의 주체성과 사도성이 강화됐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카르딘 추기경으로부터 비롯된 청소년사도직을 명시하면서, 성 요한보스코의 사목적 의도를 계승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역시 권고 「현대의 교리교육」을 통해 “모든 요소에 있어서 청소년이 주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흐름을 종합하면, 오늘날 보편교회의 청소년사목은 젊은 세대를 사랑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면서 그들 스스로 복음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양육하는 교회의 모든 사목적 노력을 총칭한다.

■ 한국교회의 청소년사목

보편교회의 흐름에 한국교회는 어떻게 발맞춰 왔을까.

지난해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이 마련한 청소년사목 심포지엄에서 햇살사목센터 소장 조재연 신부(서울 면목동본당 주임)는 한국교회 안에서 청소년사목 흐름을 시대별로 구분했다.

한국교회 초기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는 교리지식 학습 및 암송 위주의 문답식 교리교육과 가톨릭 학생 운동이 주를 이뤘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는 교구 중심의 주일학교 체제 구축과 신앙 교육의 체계화가 이뤄졌다. 이런 흐름 속에 서울대교구는 1996년을 ‘청소년사목의 해’로 발표하고 기존 교육국 산하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사연합회를 ‘본당 중·고등학생 사목부’로 확대 개편하면서 보다 넓은 시선에서 본당 청소년들을 아우를 수 있는 사목적 방안을 모색했다.

이어 2000년대 초 각 교구 시노드에서 ‘청소년사목’을 주요 논제로 다루면서 한국교회 안에서 ‘청소년사목’이라는 용어와 개념이 공식적으로 널리 쓰이게 됐다. 이후 2000년대 중반을 전후해 각 교구는 ‘교육국’이라는 명칭을 ‘청소년국’ 혹은 ‘청소년사목국’ 등으로 변경하고, 보다 통합적인 시선으로 교구 청소년사목을 총괄했다. 2006년에는 주교회의가 ‘청소년사목위원회’를 출범시켜 각 교구 청소년국 등과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고 청소년사목의 활성화를 도모했다.

2016년 7월 햇살부부모임 가족캠프 중 참가자들이 공동체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햇살사목센터 제공

■ 함께하는 교회

이처럼 한국교회는 시대 흐름에 맞춰 청소년사목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오늘날 청소년사목을 바라볼 때 문제 혹은 위기라고 말한다.

주교회의가 내놓은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1999년 주일학교 초등부와 중고등부에 출석하는 학생은 총 28만8191명이었지만 2017년에는 14만2987명으로 절반 정도로 줄었다.

조 신부는 “청소년사목의 위기는 한국교회와 사회 전체의 맥락 안에서 봐야 한다”며 “저성장, 고령화로 인한 경직된 분위기가 교회 안팎으로 확산됐고, 보편교회의 흐름에 비해 한국교회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매우 급격하고 압축적인 변화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햇살사목센터 허아란(로사리아) 책임연구원은 “저성장, 고령화로 인해 젊은이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일어나 계속해서 학생들 수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일어났고, 급격한 사회·문화 변화로 인해 세대 간 소통이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변화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가정을 비롯해 교회 전체적으로 세대를 구분하지 않는 통합적인 사목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세대살림연구소 소장 정준교(스테파노) 교수 역시 지난해 열린 청소년사목 심포지엄에서 “가정과 청소년을 중심에 두는 통합사목적 관점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부모들도 청소년사목 현장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앞서 2018년 살레시오회 한국관구와 인천교구가 공동으로 개최한 ‘청소년을 위한 영적동반’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서 로사노 살라 신부(교황청립 살레시오대학)는 “오늘날 청소년들은 무엇보다 관계 맺는 것에 민감하다”며 “교회는 제도에서 벗어나 관계적이어야 하며 개방적이고 환대하는 공동체, 경청한다고 느낄 수 있는 가정 같은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곧 오늘날 청소년사목은 ‘통합적 관점’에서 가정과 교회 전체의 동반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는 동반이 필요합니다. 가족은 그러한 동반의 첫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까닭에, 청년사목과 가정사목은 성소 여정의 지속적이고 적절한 동반을 목적으로 서로 협력하여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권고 242항)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