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헌시

강희근(요셉) 시인rn
입력일 2020-01-28 수정일 2020-01-28 발행일 2020-02-02 제 318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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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12일 은퇴하신 마산교구 허성학 신부님께 바칩니다.

오늘 은퇴하시는 사제 아브라함

허성학 신부님

대학병원에서 최근 임종한 한 분

팔순 형제의 마지막 말 들으셨는지요

유족들이 있는 자리, 이승의 누구가 제일로

보고싶어요? 물었을 때

‘허성학, 허성학’, 가느다란 소리로 말하며 그냥

어린이 울음으로 엉 엉

울었다는군요

그 울음으로 가는 길이 천국일까, 지켜보는 가족들

가슴 뜨거이, 눈시울 뜨거이 북받치는 울음

울었다는군요

축하드립니다 신부님.

사제의 길은 예수님 따라가는 길인데

딱 한 번 시작하여 앞만 보고 가는 직선의 길인데

길에는 벼랑이 있고, 바람 불고 눈보라

내리는 길인데

등 하나 켜고 불빛만 보고 가는 길 길고 멀었습니다

그러나 신부님 길위에서도 한없이

따뜻한 눈빛이요 가슴인 생애,

오늘 우리는 그 길을 승리로 마감하는 사제의

생애를 봅니다

하여, 한 시기 한 길목에서 사제와 신자로

만났던 사람들의 한 자리,

숱한 일화와 사랑의 편린들이 제가끔

기억의 등을 켜고 모여 와

신심의 축제를 벌이는 자리,

아브라함 신부님,

신부님이 세우셨던 봉곡 나눔의 집 기억하시겠지요?

무료 급식소라 하여

가난하고 먹거리 없는 사람들만 오는 집 아니라

한 벌 갖추어 입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마음이 시린 사람들이 시린 배 데우기 위해

오는 집이라 하신 것 기억하시는지요

누군가 나를 간절히 부를 때

부르는 소리 듣고 그 자리 찾아가는 사람

그런 사람 이끌어내는 것 사제의 길이라 하시고

그 길 위에서 40여년, 길 가면서

길 닦는 사제

쉬임없이 걸어오셨습니다

아, 고성땅 작은 마을 지붕 낮은 그 집

이제

성소의 명문입니다

남성동에서 태평동까지

딱 한 번 시작하여 굳은 결기 보여주신 그 길이

이제

성소의 순례길입니다

주여!

허성학 아브라함 사제에게 햇볕 내려 주소서

주께서 허락하신 하나의 길

십자가의 높이로 드높여 주소서

예수 마리아 드높여 주소서.

강희근(요셉) 시인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