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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하느님께서 주신 십자가와 선물 / 이선이

이선이,(매임데레사·제1대리구 율전동본당)
입력일 2020-01-28 수정일 2020-01-28 발행일 2020-02-02 제 318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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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언제나 좋은 것만 보여주시려 하고, 건강에 좋은 음식과 예쁜 옷을 입혀 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 심정은 아랑곳 않고 마음 아프게 섭섭하게 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집가서 꼭 너를 닮은 딸을 낳아봐야 엄마 속을 알 거다”하셨던 친정어머니 말씀을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혼인하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소식이라도 없으면 ‘부부싸움이라도 한 건 아닌지’, ‘어디 아프진 않은지’ 별별 걱정거리를 만들어서 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아이가 배우자를 만나 혼인을 하고 하느님 안에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 대견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주님께서 선물로 주신 새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출산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묵주를 돌리며 성모님께서 함께해 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새 생명을 보는 순간 저는 가슴이 뭉클하고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또 한편으론 엄마가 된 딸아이와 아기를 눈앞에 보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기를 출산한 딸아이는 “이렇게 힘들게 아기를 낳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세상의 모든 엄마가 얼마나 큰일을 했는지 존경스러워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행복해했습니다. 아기를 보면서는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기를 둘은 더 낳을 것”이라고 해서 할 말을 잃었지만 그래도 기특했습니다.

언젠가 본당 신부님께서 ‘가족은 나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만드는 가장 큰 십자가이고. 또 한편으론 선물’이라고 하셨던 강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정말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됩니다.

아기를 낳고 품에 안겨 잠들었을 때 들리는 숨소리와 포근함, 혼자 젖병을 잡고 처음 분유를 빨아 먹을 때의 대견함, 첫 발걸음을 떼었을 때의 기쁨, 엄마 아빠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행복은 참으로 가슴 떨리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관심과 사랑을 간섭과 잔소리로 여기고 외면당하는 느낌이 들고, 대화가 잘 안 될 때는 속상함과 서운함에 누구를 닮았는지 원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은 저에게 소중한 보물이고 하느님이 주신 선물임이 분명합니다.

딸아이가 있는 산후조리원을 보며 ‘정말 세상 좋아졌다’ 생각하며 보잘것없는 마구간 한쪽에서 예수님을 낳으신 성모님의 고난과 고통의 시간을 생각해 봅니다. 그러자 우리 일상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느끼게 됩니다.

성모님 신심을 본받을 수 있도록 언제나 겸손한 마음으로 작은 일에 감사하며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신자가 될 수 있도록 오늘도 청해봅니다

<끝>

이선이,(매임데레사·제1대리구 율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