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회법과 신앙생활] (21) 장례식

박희중 신부 (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 교수)
입력일 2020-01-14 수정일 2020-01-14 발행일 2020-01-19 제 3179호 1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의도적으로 신앙 거부한 사람이나 비신자 안 돼
교회 공동체에서 신앙생활한 신자 또는 예비신자 허용
신자임을 거부하는 배교자나 교황에게 순종하지 않는 이, 공개적인 죄인도 할 수 없어

◈ 성당에서 장례식이 허가되는 경우와 허가될 수 없는 경우들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경우들이 해당되나요?

성당에서의 장례식은 생전에 교회적 친교 안에서 신앙생활을 한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톨릭교회에서 세례성사를 받고, 교회 공동체에서 신앙생활을 한 사람이 사망을 하면 성당에서 장례식이 치러지도록 허가됩니다. 예비신자는 아직 세례성사를 받지는 않았으나, 교회적 친교의 입문을 위하여 준비하는 사람이므로 장례식에 관하여 그리스도교 신자들로 여겨져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세례받게 하려고 하였으나 세례받기 전에 죽은 어린이도 교회의 장례식으로 치러지도록 허가받을 수 있습니다.(교회법 제1183조 참조)

성당에서의 장례는 생전에 교회적 친교 안에서 신앙생활을 한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비영세자는 성당에서 장례식이 허가되지 않습니다. 생전에 교회적 친교 안에서 살지 아니한 사람은 죽은 다음에도 교회적 친교 안에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세자이지만 교회적 친교를 떠나 신앙생활을 실천하지 아니하고 살다가 죽은 사람도 교회 장례식에서 제외됩니다.

2018년 7월 23일 수원교구 용인 보라동성가정성당에서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집전으로 거행된 공 곤라도 신부의 장례미사. 성당에서의 장례식은 생전에 교회적 친교 안에서 신앙생활을 한 사람이 사망할 경우 허가된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교회의 장례식이 거부되는 자는 교회법 제1184조에 규정되어 있는데, 공공연한 죄인이 참회의 표시 없이 죽으면 교회의 장례 및 장례미사가 거부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공공연한 배교자와 이단자, 이교자, 가톨릭 신앙을 반대하는 이유로 화장을 선택하는 사람, 교회의 장례를 허가하면 공개적 추문이 야기될 그 밖의 공개적인 죄인들입니다.

먼저 배교란 세례 받은 후 천상적 가톨릭 신앙으로 믿어야 할 그리스도교 신앙을 전부 포기하였음을 외적으로 표명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신앙생활을 게을리 하거나 교회에 무관심한 것은 배교가 아니라 냉담교우로, 배교자와 동등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배교자는 공개적으로 천주교 신자임을 거부하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이단은 세례 받은 후 천상적 가톨릭 신앙으로 믿어야 할 어떤 진리를 완강히 부정하거나 완고히 의심하는 것입니다. 이교란 교황께 대한 순종을 거부하거나 또는 교황에게 종속하는 교회 구성원들과의 친교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배교자와 이단자와 이교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가톨릭교회와 친교를 회복하지 않는다면 성당의 장례 및 장례미사가 거부되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공개적인 죄인은, 이들이 저지른 범죄가 일반 사람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졌거나 알려질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이들이 참회의 표시 없이 사망한다면 성당에서 장례 및 장례미사가 거부되어야 합니다. 또한 교회의 장례를 허가하면 공개적 추문을 야기할 그 밖의 공개적 죄인들도 장례가 거부되어야 합니다. 이들은 파문 처벌자(교회법 제1331조 참조), 금지 처벌자(교회법 제1332조 참조) 등입니다.

마지막으로 가톨릭 신앙을 반대하는 이유로 화장을 선택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장례 및 장례미사가 거부되어야 합니다. 물론 자기의 시신을 화장해 달라고 요청하였을 경우에, 그것이 신자 생활에 어긋나는 이유에서 청한 것이 아니라면 성당에서 장례식이 허가됩니다.

그런데 1917년 교회법 제1240조에서는 의도적인 자살자나 결투로 죽은 자는 성당에서 장례식이 거부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현행 교회법전에서는 의도적인 자살자나 결투로 죽은 자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교회법 제18조에는, 형벌을 정하거나 또는 권리의 자유로운 행사를 제한하거나 또는 예외를 포함하는 법률들은 좁은 해석을 따른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성당에서 장례식의 거부는 교회법 본문에 제시된 규정들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거부되어야 합니다.

자살은, 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문화적 맥락과 관련된 심리적, 개인적, 우발적 역학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때, 자살자의 자유와 선택의 자발성에 상당한 제한이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자살자의 장례식을 거부하는 것은 종종 사랑하는 사람의 비극적인 죽음을 애도해야 하는 가족들에게 또 다른 타격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자살자들에 대한 장례식의 일반적인 거부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성을 사용하는 것이 결여되거나(제1323조 6호 참조) 완전한 이성사용이 불완전한 경우(제1324조 1항 1호 참조)를 제외한 심각한 도덕적 죄책이 있는 경우에만 자살자의 장례식 거행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제1321조 1항 참조)

교회법 제1184조에서는 “죽기 전에 어떤 참회의 표시가 없는 한 교회의 장례식이 박탈되어야 할 자”라는 표현을 통해서 회개의 표시가 있었다면, 성당에서 장례식이 허가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성직자를 환영하고, 기도를 받아들이고, 십자가에 입을 맞추는 행위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해성사를 요청하며, 확실하게 하느님께 용서를 청한다면 참회의 표시로 인정받고 교회의 장례식이 허가됩니다.

박희중 신부 (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