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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신부 선종 10주기] 이태석 신부 기념관을 가다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0-01-14 수정일 2020-01-14 발행일 2020-01-19 제 3179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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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기쁨·나눔’ 이태석 신부 삶의 향기 피어나는 곳
전시실·카페·다목적홀 등 구성
이 신부 생애와 영성 기억하며 계승·발전시키는 공간으로 활용
소외 아동과 청소년 도울 계획

‘이태석 신부’하면 떠오르는 곳은 역시 ‘톤즈’다.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는 고(故) 이태석 신부가 톤즈의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간 삶의 현장이다. 이 신부를 기억하기 위해 톤즈를 방문하기는 어렵지만, 국내에도 이태석 신부의 삶과 그의 영성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부산광역시 서구 천마로50번길 70에 자리한 이태석 신부 기념관(관장 이세바 신부)이다. 이 신부의 선종 10주기인 1월 14일 개관, 축복식을 거행한 이태석 신부 기념관을 찾았다.

1월 14일 개관한 이태석 신부 기념관 전시실. 이 신부가 사용하던 물품과 직접 쓴 수첩, 편지, 옷 등이 전시돼 있다.

■ 이태석 신부가 살던 마을

버스를 타고 가파른 길을 오르고 올라 다다른 곳은 부산 남부민2동. 작은 집들이 산비탈을 따라 오밀조밀 겹쳐있는 곳, 저 아래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 이태석 신부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이다. ‘부산관광고등학교’ 정류장에 내리니 ‘이태석 신부 생가’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였다.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니 부산교구 송도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이 신부가 어린 시절 신앙생활을 하며 사제의 꿈을 키워가던 곳이다. 이 신부는 집안의 사정을 생각해 잠시 사제의 꿈을 포기하고 의사의 길을 걷고자 했지만, 마침내 주님의 부르심에 “네”하고 응답했다. 그 하느님을 향한 뜨거운 사랑의 씨앗을 키워나간 곳이다.

성당 왼편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이 신부의 사진과 이 신부를 그린 벽화, 그리고 ‘톤즈마을정원’이라는 아기자기한 정원으로 꾸며진 길이 조성돼 있었다. 길을 따라가니 부산 서구가 조성한 이 신부의 생가와 ‘톤즈점방’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10남매 중 9번째로 태어난 이 신부가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간 홀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했던 작은 집이다. 생가에는 이 신부의 유년시절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과 이 신부가 어렸을 적 사용했을 법한 소품들이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생가 벽에는 이 신부의 생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생가 옆에 세워진 ‘톤즈점방’은 남부민2동 마을 주민들의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수익금을 이웃사랑 실천에 사용하고 있다.

이 신부가 생전 톤즈에서 활동하던 모습도 작은 모형으로 재연해 생동감을 더했다.

생가 내부에는 이 신부의 유년시절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과 이 신부가 어렸을 적 사용했을 법한 소품들이 채워져 있다. 벽에는 이 신부의 생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들이 걸려있다.

■ 이 신부를 기억하는 곳

이 신부의 생가 뒤로 이태석 신부 기념관이 보였다. 지상 4층, 연면적 893.80㎡ 규모의 기념관은 1층 카페, 2층 프로그램실·사무실, 3층 기념관, 4층 다목적홀로 구성돼 있다.

먼저 이 신부의 정신을 기억할 수 있는 전시실을 찾았다. 3층에 들어서자 제의를 입은 이 신부가 두 팔을 벌려 활짝 웃고 있는 동상이 방문객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전시실에는 이 신부가 사용하던 물품과 직접 쓴 수첩, 편지, 옷 등이 전시돼 있었다. 의사 가운과 의료용품, 브라스밴드 단복과 연주도구들, 제의와 미사·기도용품들. 모두 이 신부가 직접 입고, 사용하던 유품들이다. 그리고 전시실 중앙에는 이 신부가 생전 톤즈에서 활동하던 모습을 작은 모형으로 재연해놔 생동감을 더했다. 전시실에서는 의사로서, 음악가로서, 그리고 사제로서 톤즈의 아이들에게 친구가 돼주며 그들을 섬기고, 그들과 나눔으로써 기쁨을 얻던 이 신부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기념관은 단순히 이 신부의 유품을 보기만 하는 곳이 아니었다. 이 신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볼 수도 있고, 이 신부가 작사, 작곡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또 기념관을 운영하는 살레시오회는 이 신부를 기억하는 기념품을 직접 제작하는 체험코너도 마련해, 기념관을 방문하는 이들이 직접 만든 기념품과 함께 이 신부를 마음에 간직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태석 신부 생가.

■ 이 신부의 정신을 실천하는 곳

기념관은 단순히 이 신부의 삶과 정신을 기억하는 곳에 그치지 않는다. 살레시오회는 기념관을 통해 이 신부의 ‘섬김’, ‘기쁨’, ‘나눔’의 정신을 계승해 발전시키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방문객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기념관 1층의 카페테리아는 수익금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을 위해 사용해, 방문객들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곳이다. 기념관의 카페테리아는 소외아동들을 위한 무료급식을 실시하고, 동시에 어려운 형편의 청년들이 자립을 위한 재활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2층의 프로그램실과 4층의 다목적실도 소외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과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기념관 관장 이세바 신부(살레시오회)는 “기념관은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섬김의 정신을, 음악회, 청소년영상제 등의 문화사업으로 기쁨의 정신을, 지역사회 연계 사업으로 나눔의 정신을 구현해 나갈 것”이라면서 “많은 분들이 기념관에서 이 신부님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 정신을 실천해, 이 신부님의 섬김, 기쁨, 나눔이 선순환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부산 서구는 앞으로 이 신부의 생가와 기념관이 들어선 일대 1713㎡를 톤즈문화공원으로 조성해 방문객들이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이 신부의 삶과 정신을 되새길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14일 기념관 축복식을 주례한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는 축사를 통해 “많은 젊은이들이, 그리고 많은 성소자들과 성직을 걷는 분들이 이태석 신부님을 기억하고 그 정신과 영성을 본받았으면 한다”며 “이 신부님의 그 아름다운 미소와 웃음 그리고 청소년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널리 전해지고 퍼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살레시오회 역사관 내 이태석 신부방

◈ 이태석 신부 흔적 간직한 곳들

이태석 신부 기념관 외에도 이 신부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들이 여럿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65 살레시오회 관구관 3층에 자리한 ‘살레시오회 역사관’에는 살레시오 수도자인 이 신부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돼 있다. 역사관에는 이 신부가 임종하기 전까지 묵었던 살레시오회 대림동 수도원의 침실과 실제 사용하던 유품들을 고스란히 옮겨왔다. 특히 역사관은 이 신부가 평생을 몸담고 봉헌생활을 한 살레시오회의 정신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이 신부의 영성을 되새길 수 있다.

인제대학교 의과대학(부산 부산진구 복지로 75) 1층 로비에는 ‘이태석 신부 기념실’이 있다. 기념실에는 이 신부의 흉상과 청진기, 혈압계, 초음파영상진단장치, 의료용기, 열대의학교과서, 환자노트, 의무기록지 등 이 신부가 톤즈의 ‘돈 보스코 클리닉(Don Bosco Clinic)’에서 사용한 유품들이 전시돼 있다.

전남 담양군 월산면 월광로 512 광주대교구 천주교공원묘원에는 이 신부의 묘소가 있다. 1묘원 입구에서 부활의 집 봉안당을 지나 왼편을 보면 광주대교구 성직자묘역이 나오는데, 이 묘역의 서쪽에 살레시오회원들이 묻힌 묘역이 있다. 이 신부의 묘비에는 ‘李泰錫요한神父 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라고 적혀있다.

인제대 의과대학 ‘이태석 신부 기념실’. 인제대 의과대학 제공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