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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특집] 신앙과 직제를 아시나요?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0-01-14 수정일 2020-01-14 발행일 2020-01-19 제 3179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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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 사귀면서 함께 공부·행동·기도하는 형제들
◎일치 위한 사전 노력
가톨릭은 공의회 계기로 일치운동 본격 참여
루터교·감리교와 함께 의화 교리에 대해 공동 선언
◎한국신앙과직제 활동은
1986년부터 일치기도회, 2014년 한국신앙과직제 창립
서로의 역사·신앙 배우며 형제교회 신학적 이해 높여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은 1월 18일부터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인 1월 25일까지를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으로 기념한다. 이 시기에 온 세상 그리스도인들은 내부의 분열을 극복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고자 함께 기도하고 있다.

일치 주간을 맞아 그리스도교의 ‘갈라진 형제들’의 일치와 연대를 돕는 전담기구로 2014년 창립된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공동대표 김희중 대주교·이홍정 목사, 이하 한국신앙과직제)에 대해 알아본다.

2016년 12월 12일 서울 아현동 한국정교회 교구청에서 열린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 제2차 총회에서 김희중 대주교(가운데)를 비롯한 공동대표들이 총회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신앙과직제는 가깝게 사귀고, 함께 공부하고 행동하며,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져오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일치를 위한 교회의 노력

1054년 동서방교회의 상호파문과 16세기 ‘종교개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그리스도교는 다양한 교단으로 분열됐다. 하지만 예수께서는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11)라고 기도하셨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일치는 교회의 본질이며, 그리스도의 구원을 이 땅에서 실현시켜 나가는 교회의 선교 행위인 것이다.

하지만 갈라진 그리스도교의 일치를 위한 움직임은 20세기 들어서야 본격화됐다. 성공회를 중심으로 1908년 1월 18일에서 25일 사이 주간에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를 시작했다. 당시 1월 18일은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이었고(현재는 2월 22일), 25일은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이었다. 여기에는 베드로 사도를 중심으로 모든 교회가 하나가 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계기로 일치운동에 본격 참여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 「일치의 재건」을 발표해 가톨릭교회와 개신교가 일치를 모색할 수 있는 신학적 전망을 제시했다. 1967년부터는 루터교와 공동 위원회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신학적 대화를 이어왔으며, 이는 1999년 가톨릭과 루터교의 ‘의화 교리에 관한 공동 선언’으로 결실을 맺었다. 2006년에는 감리교와도 의화 교리에 대한 공동 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1월 23일 서울 구세군영등포교회에서 열린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 중 각 교단 대표들이 공동축복을 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한국신앙과직제 설립 배경

우리나라에 복음의 씨앗이 들어 온 것은 230년이 넘었다. 조선 말 모진 박해를 받았던 가톨릭교회와 구한말 들어온 개신교는 그동안 일치와 협력보다는 선교 전략상 의도적인 차별화 정책으로 다른 종교처럼 지내왔다. 특히 개신교는 많은 교파의 분열로 이런 인식이 더욱 굳어졌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한국에도 일치운동의 씨앗을 뿌렸다. 주교회의는 1965년 ‘전국 그리스도교 재일치위원회’(현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를 설립했다. 1967년에는 주교회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처음으로 연합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1986년부터는 한국정교회와 기독교한국루터회가 참여하는 가운데 일치기도회가 시작됐다. 이후 여러 교단의 참여로 일치운동이 확장되면서 일치포럼, 신학대화, 신학생 교류 등 교단 차원의 교류로 확장됐다. 또한 1968년 1월, 가톨릭과 개신교가 공동번역위원회를 조직해 성경의 공동번역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1977년 주님 부활 대축일 즈음 「공동번역성서」를 간행했다.

본격적인 일치운동이 시작된 것은 2002년이었다. 그 해 12월 16일 교단대표간담회에서는 실무회의와 연구모임을 통해 진행된 여러 가지 성과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공식적으로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을 조직했다. 이후 일치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꾸준한 요청에 따라, 한국 그리스도교 교단 대표들은 2012년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을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로 개편하는데 합의하고 창립 기반을 다져왔다.

■ 한국신앙과직제의 창립

이윽고 2014년 5월 22일 한국신앙과직제가 창립돼 총회를 열었다. 그동안 진행된 일치운동이 일치에 대한 관심을 높여 왔다면 한국신앙과직제 창립을 통해 신학적 대화를 포함한 본격적인 일치 증진을 위한 활동에 중점을 두게 됐다.

한국신앙과직제는 그동안의 일치운동 역사의 연장선 안에서 가톨릭교회와 개신교가 서로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친교하는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신앙과직제는 창립선언문에서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짧은 교회 역사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성장과 발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형제적 일치와 친교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반성하면서 “선교 현장에서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발생한 배타적 무관심과 상호비방을 중지하고 분열의 책임을 서로 느끼며 영적 대화를 통한 일치운동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화를 통한 일치운동을 추진하겠다는 다짐을 천명한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신앙과직제는 ‘가깝게 사귀고, 함께 공부하며, 함께 행동하고, 함께 기도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신앙과직제에는 주교회의와 한국정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원교단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원교단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한국구세군,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한국루터회가 포함된다.

한국신앙과직제 운영위원회는 주교회의에서 9명, 교회협 9명(소속 교단 각 1명), 사무국장(공동) 2명 총 20인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주교회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추천한 각 1명이 맡는다. 현재 가톨릭에서는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총무 신정훈 신부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개신교 몫 공동위원장은 현재 공석이다.

2017년 11월 7일 나가사키 일본성공회 성삼일교회를 찾은 순례단이 마크 타카오 시바모토 주임 신부로부터 지역 그리스도교 일치 노력에 대해 듣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교회일치를 위한 다양한 노력

한국신앙과직제는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일치아카데미·일치 포럼, 신학대화모임 등 가톨릭교회와 개신교 일반 신자들에서부터 신학자, 교단 대표에 이르기까지 가깝게 사귀고, 함께 공부하고 행동하며,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왔다.

일치기도회는 그리스도교 교단의 수장들이 참여하는 연례 기도회로 1986년부터 이어져오고 있으며, 주교회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번갈아가며 주관한다. 올해 기도회 주제는 ‘그들은 우리에 각별한 인정을 베풀었다’이며 1월 21일 오후 7시 광주대교구 쌍암동성당에서 열린다.

일치아카데미는 다양한 그리스도교 교단 신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한국신앙과직제의 전략사업으로 그리스도교의 역사와 신앙을 배우고 있다. 2015년부터 5회에 걸쳐 진행됐으며, 250여 명이 기본과정을 수료했다. 또 기본과정 수료생을 대상으로 심화과정도 진행한다. 특히 지난해에 일치아카데미 수료생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그리스도교 교단의 평신도들이 삶의 이야기를 통해 존중과 즐거움을 표현하는 에큐메니칼 문화예술제를 시작했다.

특히 한국신앙과직제 신학위원회(공동위원장 송용민 신부·박태식 신부)는 일치 포럼을 통해 각 교단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높이고 있으며, 지난 2017년에는 교황청과 루터교세계연맹이 함께 작성한 「갈등에서 사귐으로」를 공동으로 번역, 출간했다. 한국 가톨릭과 개신교 신학자들이 공동으로 번역에 나선 것은 지난 1977년 「공동번역성서」 발간 이후 처음이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