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제사에 대한 교리적 의미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1-14 수정일 2020-01-14 발행일 2020-01-19 제 3179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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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추모하는 전통문화 계승으로 ‘뿌리’ 인식하며 가족의 화목 이뤄

사목적 배려로 가정 제례 허용
신주·위패 등 용어 쓰지 말아야

2019년 1월 26일 경기도 파주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봉헌된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설맞이 이산가족 위령미사 후 신자들이 차례를 지내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음력 1월 1일은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이다. 설에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조상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차례를 지낸다.

오늘날은 시대흐름에 맞춰 여러 예식들이 간소화 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유교 풍습에 따라 차례를 지내면서 조상을 기리는 의식을 해 왔다.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는 신앙인들은 이 예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이하 지침서)는 제사의 근본정신에 대해 “선조에게 효를 실천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뿌리 의식을 깊이 인식하며 선조의 유지에 따라 진실된 삶을 살아가고 가족 공동체의 화목과 유대를 이루게 하는 데 있다”(제134조 1항)고 설명한다.

즉 교회가 말하는 제례는 유교식 조상 제사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조상에 대한 효성과 추모의 전통 문화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그리스도교적으로 재해석한 예식이다.

이러한 의미와 함께 한국교회는 사목적 배려 차원에서 가정 제례를 지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신자 가정들 가운데는 가풍으로 제례를 지내 오는 경우가 흔하고, 특히 나이가 들어 입교한 성인 신자 중에는 다종교 가정에서 생활해 오랫동안 제례를 지내 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을 차릴 때는 음식을 올리지 않고 단순하게 추모 예절만을 위해 간소화 할 수 있다. 곧 상 위에 십자가와 조상의 사진이나 이름을 모시며, 촛불과 향을 피운다. 만약 음식상을 차릴 때에는 형식을 갖추지 말고 소박하게 평소에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차릴 수 있다.

또한 한국교회는 가정에서 드리는 제례 외에도 본당 공동체가 드리는 공동 의식에 대해 올바른 실천을 권고한다.

지침서는 “설이나 한가위 등의 명절에는 본당 공동체가 미사 전이나 후에 하느님에 대한 감사와 조상에 대한 효성과 추모의 공동 의식을 거행함이 바람직하다”(제135조 2항)고 명시한다. 이러한 공동 의식은 가정 제례와 구분해 본당 공동체가 하느님에 대한 감사와 조상에 대한 추모의 뜻으로 거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 모든 예식의 중심은 미사이기 때문에 공동 의식은 사목적인 차원에서 하락되는 부가적인 신심행위에 속한다. 따라서 지침서에 명시된 바와 같이 공동 의식은 미사 전이나 후에 거행해야 한다.

아울러 흔히 사용하는 제례 용어에 있어서도 조심을 기해야 한다. 신위(神位), 신주(神主), 위패(位牌), 지방(紙榜)이라는 유교식 제례 용어는 조상 숭배의 의미를 연상시킬 소지가 있기 때문에 ‘조상(고인)의 이름’, ‘조상(고인)의 사진’ 등으로 대치해야 한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