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50) 성추행 추문 ‘회복’ 큰 그림 제시한 교황 / 존 알렌 주니어

존 알렌 주니어(크럭스 편집장),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
입력일 2020-01-14 수정일 2020-01-14 발행일 2020-01-19 제 3179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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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의 성직자 성추행 추문에서 처음부터 두 가지는 확실했다.

첫째는 교회가 자신의 돌봄에 맡겨진 어린이들과 취약한 어른들을 보호할 임무에서 실패했다는 것, 그것도 아주 끔찍하게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실패들을 밝혀내고 정의롭게 처리하는 일은 갈 길이 먼 장기적 과제이다.

둘째는 그러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가톨릭교회는 어린이들을 잘 키워내는 일, 양육과 교육과 양성에 관한 오랜 지혜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어린이’와 ‘교회’라는 단어가 한 문장에 들어가는 맥락에서 그런 사실을 깨닫기란 어려웠다. 거의 모든 사람에게, ‘어린이’와 ‘교회’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다음 단어는 ‘추행’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교황청 주재 외교단에게 한 연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고 수십 년간 수세에 몰려 있던 가톨릭교회를 다시 공세로 돌릴 수 있는 전략을 넌지시 던져준 것 같다.

본래 연례 외교단 연설은 교황이 성추행 위기에 관한 성찰을 나누리라고 기대되는 자리는 아니다. 이 연설은 한 해의 가장 중요한 교황의 외교 정책 연설로 여겨지는 만큼, 관측통들은 대부분 미국과 이란의 긴장에 관해 교황이 어떤 말을 내놓을까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교황은 그 문제도 짚었다. 4년 전 자신의 삼종기도 연설을 인용하며, “모든 관계 당사자들이 갈등 고조를 피하고 국제법을 온전히 존중하면서 대화와 자제심의 불씨를 꺼뜨리지 말라”고 호소한 것이다.

교황은 또한 시리아 전쟁을 둘러싼 ‘침묵의 문화’, 아마존의 운명, ‘생태적 회심’의 필요성 등 다른 여러 주제도 언급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 가운데, 성추행 추문 문제를 길게 다루었다.

교황은 “이는 하느님께 대들고, 희생자들에게 신체적 심리적 영적 피해를 주며, 공동체 전체의 삶을 해치는 범죄”라고 지적하며, 2019년 2월의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 회의를 언급했다. 이 회의는 성직자 성추행에 맞서기 위한 ‘최선의 관습’들을 찾고, 성추행 예방과 감지와 고발에 관해 전 세계적으로 일관된 문화를 마련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무엇보다도, 지난 12월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직자 성추행 사건에서는 ‘사도적 기밀’ 유지 요건을 폐지하게 된 것은 2월 회의에 힘입은 바가 컸다.

연설에서 그 뒤에 이어진 대목이 결정적이다.

교황은 아동 성추행 피해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어른들이 나서서 “젊은이들을 영적 인간적 사회적 성숙으로 이끌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 더더욱 중요하므로, 오는 5월 14일에 ‘교육에 관한 글로벌 콤팩트 재창조’라는 이름으로 국제 행사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 행사가 열린다는 것은 지난 9월 12일에 교황이 선포한 이후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점은, 이 행사를 교회의 성추행 추문과 명시적으로 연결지었다는 점이다. 예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행사에 관해서 말할 때는, 주로 환경에 관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비롯하여 자신의 교황직에서 중요하게 꼽아온 가치들과 가톨릭 사회교리의 맥락에서 이야기했다.

5월에 열릴 행사에서는 세계 주요 종교의 대표들, 국제기구의 지도자들, 학계와 정계와 문화계의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공동의 형제적 집’이라는 틀 안에서 젊은 세대를 양성하기 위한 ‘세계 교육 조약’을 작성하고 서명할 예정이다.

이날 연설에서 교황은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젊은이들이 개인으로나 공동으로 그들의 인격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폭넓은 삶의 경험과 배움의 과정을 아우르는 교육 전망입니다. … 교육은 학교 교실이나 대학 강의실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교육은 무엇보다도 가정의 일차적 교육 권리, 그리고 가정의 자녀 양육을 지원하고 보조하는 교회들과 사회 공동체들의 권리에 힘을 실어주고 강화함으로써 확실히 이루어집니다.”

이 모든 것을 성추행 추문과 나란히 놓음으로써, 교황은 ‘회복’은 이런 것이어야 한다고 교회에 넌지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허물을 고백하고 희생자들에게 정의를 찾아주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교회의 더 큰 사명을 마비시키거나 가톨릭교회가 공동선을 위해 자신의 자원, 특히 가장 잘 이바지할 수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것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5월 행사가 얼마나 성공적일지, 전 세계의 교육 관행에 어떤 지속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쨌든 이 회의는 가톨릭교회가 어린이 돌봄과 관련하여 도덕적 권위를 되찾고 교육에 관한 세계적 관심을 새로 북돋을 소중한 기회임에는 분명하다.

마침내 수십 년 만인 2020년에는, ‘교회’와 ‘어린이’라는 단어들을 포함하고도 씁쓸하게 끝나지는 않을 문장들을 만날 가능성이 엿보인다.

존 알렌 주니어(크럭스 편집장),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